본문으로 바로가기

기업도시, 기업 해방구 되려나

  • 작성일2004-06-16
  • 조회수396
"출자총액 제한없애고 긴박한 경영 이유없어도 정리해고" 지방에 대한 기업투자와 고용증대를 위해 계획된 기업도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관심을 나타내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경영, 노동, 교육, 의료 등에 관한 규제를 모두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전경련 요구대로라면 기업도시에 들어서는 기업은 출자총액·부채비율의 제한을 받지않고 경영상 긴박한 이유가 없어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 업종 불문하고 노동자를 파견받을 수도 있고 외국의 학교·병원도 들어올 수 있다. 십여년째 정부·노동계·교육계 등과 갈등을 빚어온 사안을 기업도시를 통해 일거에 해결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자치단체들도 정부가 전경련 요구를 들어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 전경련, 모든 규제 예외 요구 = 기업도시는 정부·자치단체·토지공사 등이 산업단지를 개발해 기업에 파는 기존의 개발방식과 달리 기업이 개발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권한 위임과 예외 인정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수준이다. 전경련이 15일 열린 기업도시정책포럼에서 정부에 제안한 ‘기업도시 특별법안’을 보면, 기업은 기업도시 예정지역의 땅에 대한 수용권을 갖는다. 이렇게 조성한 공장용지, 택지, 주택의 공급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고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공급해도 된다. 골프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만들 때 도시공원법·군사시설보호법 등도 적용받지 않는다. 또 기업도시에 투자할 경우 출자총액제도(공정거래법), 동일기업 신용공여한도(은행법), 부채비율 200%(금융감독법)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긴박한 경영상 요건이 없어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고(근로기준법), 업종에 관계없이 노동자를 파견받거나(파견노동자법) 파업시 대체 노동자(노동조합법)를 쓸 수 있게 된다. 교육 규제도 풀어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의 설립 제한을 완화(초중등교육법)하고 교사간 경쟁을 위해 수석교사제 도입을 요구했다. 또 기업도시의 교육시장을 개방해 외국인 및 영리법인도 대학을 설립(고등교육법)할 수 있도록 하고, 이 대학에는 등록금 자율 책정과 기여입학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돼있다. 영리법인의 병원설립도 들어있다. ■ 정부·여당·자치단체 ‘긍정’ 발언 잇따라 = 열린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이날 포럼에 참석해 “기업이 토지수용권을 갖는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특별법이 필요하면 열린우리당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도 포럼 격려사를 통해 “오늘 논의되는 내용을 적극 반영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겠으니 기업은 지역사회발전의 주체라는 자부심을 갖고 투자확대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도 지난주 “건설 수요를 확충하기위해 기업이 주도하는 신도시 건설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다음주께 정부부처, 재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기업도시 실무위원회를 만들어 전경련의 요구를 검토할 예정이다. 자치단체들은 더 적극적이다. 전경련이 밝힌 후보지는 경남 김해와 진주, 경북 포항, 전북 군산과 익산, 강원 원주, 제주 서귀포, 전남 광양, 전남 서부지역 등이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이날 각종 세금우대책, 행정·재정 지원책, 추진기획단 구성 등을 발표하며 유치에 나섰다. 또 “정부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기업도시 설립이 활성화하도록 해야한다”며 전경련이 주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기업도시 문제가 공론화하자 충남 아산시에 탕정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했던 삼성도 규모를 확대할 태세다. 그러나 전경련 요구를 들어줄 경우 혜택을 받지못하는 기업도시 바깥에는 오히려 투자가 줄어들 수 있는 데다, 공정거래법·은행법·노동법·교육법 등의 관련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어 실제 입법까지는 많은 진통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경제자유구역법보다도 노동권을 더 제약하는데다 투자가 목적인지 규제 무력화가 목적인지 불분명한 법”이라며 “입법 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순구 하석 이본영 기자 hsg1595@hani.co.kr

첨부파일
  • jpg 첨부파일 기업도시.jpg (0Byte / 다운로드 70회)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