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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➄

모듈러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이윤상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seungoh.lee@hongik.ac.kr)

서론

2025년 9월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선호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관계부처 합동 2025). 이 중에는 민간에서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러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모듈러 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은 공공부문의 신축 매입임대주택 공급사업에 모듈러 주택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 모듈러 주택 맞춤형 품질기준 및 관리제도 마련, 현장 건설 중심 규제의 완화와 인센티브 강화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을 담고 있다.

자료: 유일한 2025.

정부가 신속한 주택공급 수단의 하나로 활성화하려는 모듈러 주택은 공사기간 단축 외에도 품질 향상, 안전성 제고, 친환경성 등의 장점이 있으며,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택공급 방식이다. 유일한(2025)은 한국철강협회 모듈러건축위원회와 아주대학교의 자료를 인용하여 2003~2024년 국내 모듈러 건축·주택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36.9%로 제시하였으며, 민간기관인 Market Research Future(2026)는 2026~2035년 세계 모듈러 건설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6.6%로 전망하였다.
이 글에서는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가 활성화하려는 모듈러 주택의 정의와 특징, 공급 현황을 살펴보고, 공급 확대의 제약요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모듈러 주택의 정의와 특징

모듈러 주택은 창호, 벽체, 전기배선, 배관, 욕실, 주방기구 등의 자재와 부품을 박스 형태의 모듈로 미리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설된 주택으로 통상 정의된다(국토교통부 2022). 이와 관련된 법적 용어로는 공업화주택이 있다. 「주택법」은 주요 구조부나 세대별 주거공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장에서 공업화공법으로 제작하고, 이를 현장으로 운반하여 조립하는 방식의 주택에 대한 공업화주택 인정제도를 두고 있다(「주택법」 제51조). 따라서 공업화주택은 공장제작과 현장조립 방식을 활용하는 주택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중 박스 형태의 모듈을 사용하여 만든 주택을 모듈러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의 상당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로 인해 여러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공사기간 단축이며, 이는 모듈러 주택이 신속한 주택공급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습식 건설현장에서는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모듈러 주택 건설에서는 터파기, 기초공사 등의 현장 작업과 모듈 제작 등의 공장 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공장 내 작업은 기상조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 때문에 기상 악화로 인한 작업 중단과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주택 품질의 균질성 역시 모듈러 주택의 장점이다. 공장 내 작업은 주택 품질을 향상하면서 균질하게 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날씨, 작업자 숙련도, 작업공간 및 시공조건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으나, 공장에서는 일정한 작업공간에서 전문인력이 일정한 장비와 정해진 공정에 따라 모듈 유닛을 제작한다. 또한 완성된 모듈에 대한 품질검사를 시행하기에도 유리하다.
또한 공장 내 작업이 늘어나고 현장 작업이 줄어들면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듈러 방식으로 주택을 건설하더라도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 유닛의 양중 및 적치 등 위험한 작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안전사고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소음·분진 등 현장 주변의 환경문제와 민원 발생을 줄일 수 있고, 공장 환경에서는 폐기물 감소와 재활용을 위한 계획·관리가 수월할 수 있다.
아직 모듈러 주택의 사업비는 전통적 방식에 의한 주택의 사업비보다 약 30%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공장설비 투자비 등이 초기 사업비를 증가시키지만, 산업이 성숙하고 설계·부품 등의 규격화·표준화 수준이 높아져 대량생산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수록 모듈러 주택의 사업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두헌 외 2013).

국내 모듈러 주택의 공급 현황

국내 모듈러 건축은 2003년 신기초등학교 증축을 시작으로, 초기에는 주로 학교와 군 막사 등의 소형 공공건축물 분야에 활용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중대형 프로젝트가 시행되었으며, 공릉 모듈러 희망하우징(2014), 가양동 행복주택(2017), 천안두정 행복주택(2019) 등의 모듈러 공동주택 실증사업 사례가 등장하였다. 2020년대에는 포스코 광양생활관(2021), 용인영덕 행복주택(2023), 세종시 6-3생활권 행복주택(2025) 등의 중고층 또는 대단지 사례가 등장하였다. 의왕초평 및 하남교산 통합공공임대주택이 완공되면 20층이 넘는 고층의 대규모 모듈러 공공주택 단지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모듈러 주택의 활용 범위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건설되는 주택의 활용 범위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모듈러 주택의 공급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통계 공백은 모듈러 주택 산업의 기반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모듈러 공동주택 공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2025년 9월 기준 총 12개 지구, 2,261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을 추진하고 있다(아시아경제 2025). 국내 모듈러 건축시장 규모는 2023년 약 8천억 원 이상을 기록했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자체 추정에 따르면 2025년 4,590억 원, 2030년에는 1조 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유일한 2024). 모듈러 주택에 한정된 시장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이며, 아직 전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공부문의 모듈러 주택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LH 등을 통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2만 호의 모듈러 공공주택을 발주하겠다고 최근 발표했고(국토교통부 2026), 경기주택도시공사(이하 GH)는 2030년까지 1만 모듈의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경기주택도시공사 2024). 한 호에 3~4개의 모듈이 사용된다고 가정하면, GH는 약 2,500~3,333호의 모듈러 주택을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추정된다.

모듈러 주택공급 확대의 제약요인과 정책 과제

모듈러 주택의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신속한 도심 주택공급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계획되고 있으나, 아직 모듈러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모듈러 주택은 아직 경제성이 낮다. 모듈러 주택의 공사비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대비 약 130% 전후로 형성되어 왔고(김후용 외 2018; 이강희 외 2020), 이러한 공사비 격차는 최근까지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높은 공사비의 원인은 생산구조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즉, 표준화된 상품을 반복·대량 생산하여 생산비용을 낮추는 제조업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모듈러 주택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 성장하지 못한 상태이다. 국내 모듈러 주택의 표준화 수준도 낮다(전영훈 외 2015; 이지은 2021). 반복·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설계, 부품, 접합방식 등의 표준화가 필요하지만, 국내 모듈러 주택에는 아직 사업별·제작업체별로 서로 다른 설계와 생산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안정적인 발주 물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2027년부터 4년간 2만 호의 모듈러 공공주택을 발주할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정부는 이러한 공공 발주계획을 차질 없이 실현하고, 매년 계획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발주계획을 사전에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모듈러 주택 제작업체는 생산 규모, 사업비 등을 고려한 사업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LH는 설계, 부품, 접합부, 생산 및 시공 공정 등에 관한 개방형 표준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성능인증, 품질관리, 공공조달 기준 등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표준평면을 적용한 공공주택을 반복적으로 발주하여 안정적 수요를 조성하고, 설계 반복과 부품 호환, 생산라인 가동률 제고 등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통적 건설방식을 전제로 한 기존의 관련 제도가 모듈러 건설방식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발주방식, 모듈러 주택 제작업체의 법적 지위, 공업화주택 인정제도 등의 문제가 있다. 먼저 공공공사의 통상적인 발주방식에서는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가 의무화되어 있다. 이러한 분리발주가 모듈러 주택에 적용될 경우, 공장에서 설치할 수 있는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을 모듈러 제작업체가 아닌 별도의 전문업체가 현장에서 설치하게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장제작 비율이 낮아지고, 공사비 상승과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모듈러 공법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남성훈 외 2016). 이는 공장제작·운송·현장설치라는 모듈러 공법의 생산방식보다 기존의 발주방식을 우선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모듈러 주택을 적용하는 공공공사에서는 통합발주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모듈러 공법의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는 모듈의 공장제작과 현장설치를 포괄하여 담당하는 제작업체의 건설산업상 지위와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이종호 외 2020). 현행 건설업 제도에는 모듈러 제작·시공을 독립적으로 포괄하는 전문건설업 업종 및 등록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모듈러 주택 제작업체는 주요 구조부의 공장 생산 및 현장설치 역량을 보유하더라도 기존 건설업 등록과 계약구조에 의존하여 사업에 참여하는 측면이 있다. 향후 모듈러 제작·시공의 전문성을 반영한 업종·등록기준 또는 이에 준하는 참여·책임 체계를 마련하여 제작업체의 공사 참여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듈러 주택은 「주택법」 제51조에 따른 공업화주택 인정을 받을 수 있으나, 현행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공업화주택 인정제도는 모듈러 주택의 공장제작, 운송, 현장조립 및 접합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품질관리 특성과 생산역량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인정 취득이 공공조달 및 규제특례 등 실질적 확산 유인으로 연계되는 범위도 제한적이다. 향후 공장별 생산설비와 품질관리 역량, 운송 및 현장 접합 품질 등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인허가 간소화, 금융지원, 용적률 완화 등 실질적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현행 인정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 글에서는 비교적 실무적 제약요인과 이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 과제를 제안하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택 발주와 설계·부품·접합방식 등의 표준화는 모듈러 주택 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발주방식, 업체 등록기준, 인정제도 등의 개선 또한 모듈러 주택공급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 집행으로 인해 개선된 여건 속에서 민간 모듈러 제작업체는 표준화, 기술개발, 사업 역량 등을 축적하여, 결국에는 공공지원 없는 민간 모듈러 주택시장을 형성하고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추구하기 위한 또 다른 정책과제가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추진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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