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장익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arcane03@cau.ac.kr)
진은애 유알공간도시연구소 소장
(sunset@suw.co.kr)
※ 이 글은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2025; 2026)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글임.
준공업지역은 산업화 과정에서 제조업과 생산기능을 수용하며 도시의 성장과 고용을 뒷받침해 온 대표적인 산업공간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외곽 이전과 산업구조의 고도화, 기존 공장과 창고의 노후화, 주거 및 상업기능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오늘날 준공업지역의 공간적 성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준공업지역은 산업시설만으로 구성된 단일기능 공간이라기보다 산업·업무·주거·상업기능이 혼재하는 복합적인 도시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활동과 주거생활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기존 시가지의 토지이용을 새롭게 재편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산업기능이 성장하는 지역과 산업이 쇠퇴하고 주거화가 진행된 지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준공업지역의 실제 토지이용과 산업활동, 주거화 수준을 고려한 차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자료: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2025.
서울시 준공업지역은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강서구, 도봉구, 성동구 등에 걸쳐 총 19.97㎢ 규모로 지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서남권 준공업지역은 약 16㎢로, 서울시 전체 준공업지역의 약 82%를 차지한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울시 준공업지역은 영등포·구로·금천·강서 등 서남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도봉구와 성동구에도 일부 분포한다. 특히 서남권 준공업지역은 과거 서울의 제조업과 산업 발전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대규모 업무시설, 주거시설 및 상업시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준공업지역 안에서도 산업기능이 유지되는 지역과 주거화가 상당히 진행된 지역, 산업·주거·상업기능이 복잡하게 혼재된 지역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공간적 차이는 준공업지역을 하나의 동일한 용도지역으로 관리하기보다 지역별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여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실제 토지이용에 부합하는 계획적 정비 준공업지역은 공장 이전과 산업구조 재편 이후 주거기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계획상의 용도와 실제 토지이용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산업시설과 노후주택이 혼재한 지역에서는 소음과 진동, 화물차량 이동, 협소한 도로, 부족한 공원과 보행공간 등으로 인해 산업활동과 주거생활이 서로 제약받는 문제가 나타난다. 산업시설은 안정적인 조업환경을 확보하기 어렵고, 주민은 양질의 주거환경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이다. 서울시 준공업지역의 주택 수는 2000년 약 6만 2천 호에서 2023년 약 12만 4천 호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다. 이는 준공업지역의 주거화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었으며, 현재의 토지이용을 단순히 과거의 산업용도 기준으로만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산업기능이 약화되고 노후 주거지가 형성된 지역은 재개발·재건축 등 계획적인 정비를 통해 토지이용을 재편하고 산업과 주거 간의 상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주택공급과 노후 도시환경 개선의 연계
준공업지역 내 주택공급은 신규 주택을 확보하면서 노후
도시환경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생산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은 주거기능이 확대된
이후에도 공원, 도로, 보행공간, 문화·체육시설과 같은
생활기반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2022년 기준 서울시 준공업지역의 도시공원 면적 비율은
1.2%로 서울시 전체의 28.6%보다 현저히 낮으며,
공공문화체육시설 면적 비율도 4.09%로 서울시 전체의
6.81%보다 낮게 나타난다. 서울시 전체의 도시공원
면적에는 대규모 산지형 공원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준공업지역과 단순하게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준공업지역의 생활기반시설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주거밀도의 증가가 기반시설 확충
없이 이루어지면 기존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준공업지역의 주택공급은 노후
건축물 정비와 공원·도로·보행공간·생활SOC 확충을 함께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료: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2025.
일자리와 연계된 직주근접형 주택공급 준공업지역은 산업과 일자리가 집적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직주근접형 주택공급에 유리하다. 기존 산업·업무 중심지와 인접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면 대중교통과 생활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일자리와 주거 간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외곽의 신규 택지를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추가적인 광역교통 수요와 장거리 통근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새로운 도시산업이 성장하는 준공업지역에서는 주택공급을 산업 종사자의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산업공간과 주거공간을 적절히 배치하고 상업·문화·생활서비스를 함께 확보하면 산업활동과 주거생활 간의 상충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준공업지역의 주택공급은 단순한 주거용도 확대가 아니라 일자리와 주거, 생활기능을 연계하는 도시공간 재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 시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여력 확보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는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기존 시가지의 노후·저이용 공간을 활용한 주택공급이 중요하다. 준공업지역에는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공장 이전적지와 노후 산업시설, 저이용 업무·산업시설 등이 존재한다. 일부 지역은 주변의 주거·상업화와 함께 기존 산업용도로서의 기능이 상당히 약화되어 계획적인 기능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지역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면 신규 택지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도시 내부에서 주택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이용밀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용지를 일률적으로 주거로 전환하면 장래에 필요한 산업공간이 축소되거나 기존 기업이 외부로 밀려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산업활동뿐 아니라 장래 산업입지 수요와 대체 산업공간의 확보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 후 주거정비 여부와 개발밀도를 결정해야 한다.
준공업지역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주거정비를 허용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
계획상 주택공급이 가능하더라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토지비 등에 비해 분양수입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2026)에서 수행한 최근의 한 연구는
준공업지역의 용적률 완화가 정비사업의 경제성과 추진
가능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이
연구는 서울시 준공업지역에 위치한 재건축 A지구와
도시정비형 재개발 B지구를 사례로 선정하고, 용적률
완화 전후의 사업성을 비교하였다. 두 사례 모두
원안에는 300%, 개선안에는 400%의 용적률을 적용하여
비용편익비율(B/C),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
비례율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개별 사업지를 대상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결과를 모든 준공업지역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용적률 조정이
정비사업의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두 사례 모두 용적률 완화 이후 경제성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A지구 재건축의
비용편익비율은 0.8750에서 1.1539로 상승하고,
순현재가치는 –604억 원에서 756억 원으로 양수
전환되었다. 내부수익률은 3.94%에서 5.38%로
상승하였으며, 비례율도 110.91%에서 140.70%로
높아졌다. B지구 재개발의 비용편익비율 역시
0.9501에서 1.2304로 상승하고, 순현재가치는 –651억
원에서 3,353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내부수익률은
4.33%에서 5.86%로, 비례율은 104.38%에서 135.13%로
개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급규모와 일반분양 수입의 증가가 준공업지역
정비사업의 경제성을 개선하고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2026.
준공업지역을 주택공급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률적인 규제 완화보다 산업기능과 주거화 수준, 기반시설 여건을 함께 고려한 차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산업기능이 유지되는 지역과 주거화가 진행된 지역에 동일한 용적률과 정비방식을 적용하면 산업공간이 불필요하게 축소되거나 주거환경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산업활동과 장래 산업수요를 바탕으로 지역을 유형화하고, 유형별로 주택공급과 산업관리의 방향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개발밀도의 완화는 기반시설 확충과 산업공간 재편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 기업이 지역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정책과제를 검토할 수 있다.
자료: 저자 작성.
첫째, 실제 산업활동과 주거화 수준을 반영하여
준공업지역을 유형화해야 한다. 과거의 지목이나 공장
등록 여부만으로 산업기능을 판단하기보다 제조업과
지식기반산업의 사업체·종사자 변화, 산업용 건축물
비중, 주거용 연면적과 가구 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건축물 노후도와 공실률, 대중교통 접근성, 주변
토지이용과 장래 산업수요도 유형화의 기준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산업수요와 성장성이 높은 지역은
산업유지·성장형으로, 기존 산업이 쇠퇴했지만 신산업
전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산업재편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거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산업기능이 약화된
지역은 주거복합형으로, 여러 기능이 복잡하게 혼재된
지역은 전환관리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화는 주거정비가 가능한 지역과 산업기능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지역을 객관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유형에 따라 정비방식과 개발밀도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 산업유지·성장형 지역에서는 주택공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산업 종사자의 정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재편형
지역에서는 신산업 공간을 확보하면서
산업·업무·주거기능을 결합한 복합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주거복합형 지역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등을
활용하여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환관리형 지역에서는 개별 건축물
단위의 용도전환을 지양하고 블록 단위에서 산업과
주거, 상업기능을 재배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비수단을 적용해야 주택공급과 산업기능
유지 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용적률 완화와 기반시설 확충을 연계해야 한다.
준공업지역은 공원, 도로, 보행공간, 생활SOC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밀도만 높이면 생활환경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가
지역에 부족한 공원·녹지·문화·체육·돌봄시설의
확충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여의 활용범위도
개별 사업구역에 한정하기보다 주변 생활권의 기반시설
수요를 고려하여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용적률 완화
수준은 사업성만을 기준으로 결정하지 않고 도로와
학교, 공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의 수용능력을 함께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용적률 완화가
주택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지역의 전반적인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산업기능을 단순한 면적 보전이 아니라
산업생태계의 유지와 고도화 측면에서 관리해야 한다.
일정 규모의 산업시설을 물리적으로 확보하더라도 개발
이후 임대료가 상승하여 기존 기업이 이전하면 지역의
산업생태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산업시설의 유형과
공급규모는 실제 지역산업의 수요를 바탕으로 결정하고,
공공임대산업시설과 창업지원시설, 공동장비시설 등을
지역 산업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정비사업 과정에서는
기존 제조업체와 영세사업자를 위한 임시 이전 공간과
우선입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발 이후에도
기존 기업이 다시 입주할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의
산업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식산업센터 역시 일률적으로 공급하기보다 실제
입주수요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준공업지역의 정비는 개별 사업보다
생활권과 권역 단위의 종합계획 아래 추진해야 한다.
개별 사업별로 용적률을 완화하면 주택 수는 증가할 수
있지만 도로와 공원, 학교, 교통시설 부족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준공업지역이 집중된 서울
서남권은 여러 자치구의 산업공간과 주거지역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개별 자치구나
사업구역만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산업거점과
역세권, 주거지역, 공원·수변공간을 연계하고 권역
전체의 산업공간 수요와 주택공급, 기반시설 수용능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제시한 ‘직·주·락’
개념도 일자리와 주거, 생활환경을 권역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자치구가 역할을 분담하고 개별
정비사업을 조정할 수 있는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준공업지역은 산업구조 재편과 주거기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공간으로, 대도시의 주택공급 정책에서 중요한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기능이 약화되고
주거화가 상당히 진행된 지역은 현재의 혼재된
토지이용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계획적인 정비를 통해
주택공급과 주거환경 개선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사례에서는 용적률 완화가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의 경제성을 개선하여 정비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사업성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분양시장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례의 결과를 모든
준공업지역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제도개선의
성과도 경제성 개선뿐 아니라 실제 주택공급 증가와
기반시설 확충, 산업공간 재편이 함께 이루어지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준공업지역이 주택공급을 확충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공업지역의 주택 활용이
산업공간의 일률적인 주거전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산업기능이 필요한 지역은 보호·고도화하고, 기능전환이
필요한 지역은 주택과 생활기능을 계획적으로 수용하는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실제 산업활동과
장래 산업수요, 주거화 수준과 기반시설 여건을
기준으로 지역을 세분화하고 유형별 정비방식과
개발밀도를 적용해야 한다. 또한,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공기여를 기반시설 확충과 산업생태계 지원에
활용하고, 기존 기업과 영세사업자의 재정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준공업지역을 이러한 관점에서
계획적으로 활용한다면 주택공급과 산업경쟁력 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고, 산업·주거·생활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도시공간으로 재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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