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삼 LH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연구팀장
(hskwon@lh.or.kr)
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심 주택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9·7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국토교통부
2025)’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후 후속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1·29대책에서 수도권 우수
입지의 유휴 부지와 노후 공공청사 등을 활용한 공급
계획을 내놓았고(국토교통부 2026a), 8·13대책에서
공공택지 10만 호 추가 발굴과 착공 기간 단축,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수도권에 23만 호 이상을
신속히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국토교통부 2026b).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후 공공청사 등의
복합개발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과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등 9·7대책의 후속 법안 6건이 통과되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공공주도
방식만으로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 도심 내 가용 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핵심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민간
정비사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8·13대책에 수도권 주택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 정비사업 지원책을 폭넓게
담았다. 이주비 대출의 담보가치 산정 기준을 종전·종후
자산평가액 중 큰 금액으로 개선하고,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재건축과 같은 70%로 낮추며,
2028년까지 착공하는 사업장에는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기본형건축비의 80%에서
100%로 한시 상향하는 방안 등이다. 아울러 공사비
증액과 인허가 과정의 분쟁을 조정할 전문 중재기구를
신설해 정비사업의 정상 착공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국토교통부 2026b).
이러한 지원책의 상당수는 법률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현장 적용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과제들은 이번
대책에 담기지 못했다. 이에 이 글에서는 도심
주택공급의 핵심 수단인 정비사업의 추진 동향을
살펴보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자료: 저자 작성.
최근 몇 년간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한 정비 수단이
크게 다변화됐다. 2017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전부개정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재개발·재건축과
소규모주택정비 체계가 정립된 이후, 2021년 4월에는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주민 갈등으로 정체된 구역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이
신설됐다. 2021년 7월에는 「공공주택 특별법」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현물보상 방식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 재생사업이 도입되면서 공공주도의
패스트트랙이 구축됐고,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과
소규모재개발이 도입됐다. 이후 2024년 2월에는 민간의
창의적 고밀·복합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복합개발사업이
더해졌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공공지원 방안도 병행됐다.
서울시는 2021년 9월부터 정비계획 수립 가이드라인
제시와 통합심의로 사업 기간을 줄이는
‘신속통합기획’을 운영 중이며, 2022년 1월부터는
서울형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제도인 ‘모아타운’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서울시 내에서 재개발
285곳(26.4만 호), 재건축 187곳(23.3만 호)이 추진
중이고(서울특별시 2026a), ‘모아타운’ 137곳에서
관리계획 수립을 통해 13만 호의 주택공급 기반이
마련되어, 서울시는 이 중 2031년까지 4만 호 착공을
목표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서울특별시 2026b).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2025.
이러한 정비사업의 주택공급 순증 효과는 실증적으로도
확인된다. 서울시가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 이전보다 주택 수가 36.4%(2만 호)
증가했고, 유형별로는 재개발 27.4%(7천 호), 재건축
44.2%(1.3만 호)로 나타났다(서울특별시 2026b).
정비사업이 기존 주택을 헐고 다시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심 내에서 실질적인 주택공급을 창출하는 핵심
수단임을 보여준다. 다만 세대밀도가 이미 높거나 고도
제한 등으로 고밀개발이 어려운 곳은 주택 증가 폭이
제한될 수 있어 지역 여건에 따른 편차는 존재한다.
민간주도의 정비사업이 여의치 않은 지역에는 공공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말
‘수도권정비사업특별본부’를 출범시키며, 전국에 걸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46곳(7.6만 호)을 비롯해
공공재개발사업 22곳(3.3만 호), 공공참여
가로주택정비사업 64곳(1.5만 호) 등을 추진
중이다(한국토지주택공사 내부자료).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면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사업비
저리융자와 투명한 사업관리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주거지역에 대해 법적상한용적률의
1.4배까지 완화된 데 이어,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업의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어 추진 동력이 한층 강화됐다.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내부자료.
그간 정비 방식이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공공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다변화되고 공공지원도 강화되면서, 주민이 구역 특성과 사업 여건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조성됐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로 사업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사업방식 간 간섭이나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현재 정비사업이 직면한 과제를 네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사비 급등, 분담금 부담을 낮추려면
첫째, 공사비 급등에 따른 주민 분담금 부담 완화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기준연도인 2020년(100)
대비 37.7% 상승했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6). 전년
동월 대비로도 5.07%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를 크게 웃돈다(국가데이터처 2026).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는 일반분양 수익으로 분담금을 낮출 수
있었으나, 현재는 공사비 상승분이 고스란히 분담금으로
전가되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품질기준과 건설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담금이 수억 원에 이르고 공사비
분쟁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전통적인 조합 방식을 넘어서는
금융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으로 시행된 ‘프로젝트
리츠(Project REITs)’와 같은 선진 금융기법을
정비사업에 접목해 자본 참여를 유도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안을 모색할 만하다. 다만 일률적 적용은
어렵다.
현행 재개발·재건축에서는 리츠에 사업시행자 지위
1를 부여할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우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복합개발사업에 접목해 선도 사례를
축적한 뒤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권혁삼 외 2026). 아울러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자금력이 부족한 고령 가구가 자산 유동화나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해 과도한 분담금 부담 없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차원의 해법도 병행해야
한다.
저층주거지 정비, 공공이 마중물이 되어야 둘째,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의 사각지대 해소이다. 사업성이 담보되는 핵심 입지의 재건축과 달리,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권리관계가 복잡한 저층주거지는 민간주도의 대규모 정비가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지역에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거나, 공공기여를 문화시설 등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기반시설로 공급하면 부족한 생활편의시설을 확충하면서 사업성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제도를 활용해 개별 필지를 넘어 주변 지역과 연계한 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공공의 마중물 투자를 통해 민간의 사업을 견인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자료: 한국토지주택공사 2024.
8·13대책에서 2027년부터 기금 지원 대상을 소규모재건축까지 확대하고 공공참여형 사업에 조합 방식보다 기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방향과 부합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 2월 시행된 특례 2, 즉 사업구역으로부터 일정 범위 안의 토지를 정비기반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로 제공하는 경우 용적률을 완화하고 해당 부지 소유자를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적극 활용할 만하다. 이는 개별 구역별로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 전환을 통해 연속적으로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관건은 이 특례가 관리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관리계획과 연동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여기에 공공의 선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사업방식 다변화,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중요
셋째, 사업방식 다변화에 따른 주체 간 역할 조정이다.
단기간에 공공재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복합개발사업 등 다양한 수단이 도입되면서 하나의
구역에 여러 방식이 혼재하거나 추진 방식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방식 간의
소모적 경쟁을 방지하려면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은 규제를 최소화하고, 자체 동력이
취약하거나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구역은 공공이
책임 있게 주도하는 역할 분담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는 8·13대책 브리핑에서 밝힌 “공공이 해야 할 일은
신속하게 이행하고, 민간이 잘하는 분야는 과감하게
뒷받침한다”는 기조의 일환으로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용해야 할 사안이다. 공공이 구역 여건에 따라 적용
가능한 사업방식을 사전에 진단·제시하고, 이를
정비계획 수립 단계와 연동한다면, 방식 선택을 둘러싼
초기 갈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신설될
정비사업 중재기구
3
정부는 8·13 대책에 따라 국토교통부 내에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를 신설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발의를 2026년
12월 목표로 추진 중임.
규제 완화의 실효성, 신속한 입법에 달려
넷째,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담보할 신속한 입법이다.
그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률 개정이 늦어져 현장의
체감도는 낮았다. 정비계획 입안 요청·제안이나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동의를 주민대표회의
구성·조합설립·사업시행자 지정 동의로 갈음하는 동의
의제 범위 확대,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절차의 병행 등 정비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올해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됐으나, 현재까지 입법되지 못하고 있다.
8·13대책의 개선 과제들은 입법 절차를 감안할 때 현장
적용까지 시차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입법 일정과 적용
대상 범위, 특히 이미 절차가 진행 중인 구역에 대한
경과규정 여부를 조기에 명확히 해야 한다. 한편, 투기
차단을 위해 도입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분담금
부담이 벅찬 고령·저소득 조합원의 출구를 막아 사업
지연 요인이 되고 있다. 대출·세제 등 수요 관리망이
강화된 만큼, 실착공과 연계한 한시적 예외 등 정교한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현장 건의 과제들 역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전향적이고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도심 주택공급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휴 부지와 노후 공공청사 등을 활용한
공공주도의 신속한 공급과 다양한 방식의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때, 수도권 도심에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실행이다. 정부가 발표한 제도개선 과제가 신속한
입법으로 이어져 현장 적용 시차를 최소화하고, 그
과정을 촘촘하게 관리할 때 시장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무엇보다 정비사업은 주민 소유의 부지에서, 주민
동의를 받아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주민의 참여가 없다면 사업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정비사업은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그 기간을 감당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동네에서 더 나은 거주환경을 기다리는
주민들이다. 이들의 기다림에 부응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과 민간이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며
힘을 모은다면, 도심 주택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목표는 충분히 함께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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