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오 홍익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seungoh.lee@hongik.ac.kr)
우리나라의 기반시설 안전관리 제도는 대형 사고를 겪은 뒤 그 반성 위에서 만들어져 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듬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며
502명이 희생되었다(행정안전부 2006). 두 사고는 시설물을 짓는 일만큼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에 각인시켰고, 1995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설물안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대형 교량과 터널, 댐 등 제1·2종시설물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이
제도화되었다.
이후 해당 제도들은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이나 규모에 따라 수정 내지는 보완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3년에는 정밀안전진단 후 보수·보강 조치가 의무화되고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이 개통되며 점검 이력을 축적할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와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는 규모가 작아 법정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던 시설에서도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시행된 「시설물안전법」 전부개정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특정관리대상시설이 제3종 시설물로 편입되었고, 상태 중심에서 성능 중심으로 시설물 유지관리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이어서 2020년 시행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은 최소유지관리 기준과 성능개선기준이라는 새로운 유지관리 개념을 도입하였다(<그림 1> 참조).
그럼에도 2021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2023년 도심 보도교 붕괴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설에서 끊임없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2020년,
2022년과 2023년의 집중호우는 제방 유실과 도시 침수라는 예측이 어려운 새로운 형태로 기반시설의 취약성을 드러내었다. 지금까지의 제도가 사고 이후의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었다면, 향후 필요한 것은 사고 발생 이전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전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로의 전환일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라는 가늠하기 쉽지 않은
강력한 외력 앞에서 기존의 안전관리 체계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자료: 저자 작성.
급증하는 관리대상, 지속되는 노후화 1970년대 전후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국가 주요 기반시설이 노후화로 인해 본래 기능 발휘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조재용 2021). 또한 「시설물안전법」의 관리대상인 제1·2·3종 시설물 수는 2020년 약 10만 개소에서 2025년 약 16만 8천 개소로, 불과 5년 만에 68% 급증하였다(<표 1> 참조). 이처럼 안전점검과 정밀진단, 유지보수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시설물의 노후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관리 대상의 증가와 관리의 부담이 갈수록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자료: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주기적 점검체계의 구조와 한계 현행 제도는 시설물 안전등급에 따라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 성능평가의 실시 주기를 차등화하고 있다(<표 2> 참조). 이는 안전등급이 높은 시설은 점검 주기가 길고, 낮은 시설은 점검 횟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시설 상태에 따라 관리 강도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정해진 시점에서 상태를 확인하는 주기적 점검체계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자료: 「시설물안전법」을 바탕으로 저자 작성.
사고 발생 양상: 규모의 문제인가, 빈도의 문제인가
제1·2종 시설물은 대형 교량·터널·댐과 같이 규모가 크고 관리주체의 전문성도 상대적으로 높아 사고 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사례처럼 수십에서 수백 명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함께 발생하게 된다(<그림 2> 및 <표 3> 참조).
반면 제3종 및 종외시설물인 소규모 교량과 옹벽, 축대, 지방하천 제방, 소규모 민간건축물 등은 개별 사고의 물리적 규모는 작지만 시설 수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관리주체의 역량과 재정 여건 편차가 커 사고 발생 빈도가 높다. 이와 같은 시설은 주거지와 통학로, 보행로 등 생활공간에 인접해 있어 작은 손상임에도 곧바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제1·2종 시설은 규모에 따라 대형 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3종 및 종외시설은 잦은 발생 빈도가 주요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대형 시설은 붕괴 방지를 위한 정밀한
성능 확보에 집중해야 하며, 소규모 시설은 실태 파악과 제도권 편입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료: 「시설물안전법」을 바탕으로 저자 작성.
주: 원의 위치와 크기는 종별 사고의 상대적 특성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것임.
자료: 저자 작성.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4년까지의 관측자료를 분석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0년대 대비 2020년대 폭염일수는 7.7일에서
16.9일로 2.2배, 열대야일수는 6.7일에서 28.0일로 4.2배 증가하였다. 또한, 지난 113년간 연강수일수는 10년당 0.68일씩 감소한 반면 연강수량은
10년당 17.83mm씩 증가하였고, 강수강도와 호우일수, 1시간 최다강수량 50mm 이상 일수는 모두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기상청 2025).
기후변화는 시설물에 다음과 같이 직·간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가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우선 집중호우는 계획홍수량을 초과하는 유량과 함께
세굴·침투·파이핑 현상을 일으켜 제방과 교량 기초, 배수시설의 안정성을 저하할 수 있다. 또한, 폭염은 교량 신축이음의 변형, 도로 포장의 소성변형, 철도 궤도의 좌굴을
일으킬 수 있으며, 한파 및 동결융해의 반복은 콘크리트의 박리 및 박락과 철근 부식을 가속화할 수 있다. 아울러 가뭄과 호우의 반복은 지반 수축과 이완을 거쳐 사면
붕괴와 부등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손상은 외부로 가시화되기 이전에 내부 열화, 미세균열, 지반 이완 등의 형태로 잠재하여 진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해진 주기에 의존하는 현재의 안전관리 체계로는 위험 징후를 적기에 포착하기 어려우며, 점검 간 공백기에 시설물의 손상이 급격히 확대될 위험이 있다.
자료: 기상청(2025)을 바탕으로 저자 작성.
해외 주요국은 손상 발생 후 보수하는 사후처리형 유지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시설물의 상태와 성능을 지속적으로 진단하고 노후화 심화 이전에 선제 대응하는 사전예방형 관리 체계로 전환을 이루어 왔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지향점은 성능 중심 관리, 자산관리, 장수명화 계획을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기반시설의 구조적 안전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시설물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유지관리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데 있다(<표 4> 참조).
주: MAP-21(Moving Ahead for Progress in the 21st Century), IPA(Infrastructure and Projects
Authority), TIP(Transforming Infrastructure Performance), IIMM(International Infrastructure
Management Manual), AIFMM(Australian Infrastructure Financial Management Manual),
IPWEA(Institute of Public Works Engineering Australasia).
자료: 조두용 외(2018)를 바탕으로 저자 정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해외 주요국의 안전관리 체계는 주로 세 가지의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다. 첫째, 정기적인 점검 및 성능평가를 통해 기후위험에 따른 시설물의 상태와
위험을 사전에 파악한다. 둘째, 그 평가 결과를 장수명화 계획, 자산관리 계획, 생애주기 투자계획 등 중장기 관리전략과 연계하고 있다. 셋째, 신기술 도입, 전담조직
운영, 재정지원 및 민간투자를 활용해 계획의 실효성과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해외 주요국들은 기후변동에 맞서 선제적 및 체계적 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미국은 500만 달러 이상 연방 사업에 생애주기 투자계획 수립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은 국가 시스템 차원의 기후적응성과 인프라 성능 제고를 제도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일본의 장수명화 정책과 호주의 자산·재무 연계형
유지관리 또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선진국의 유지관리 체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목표 성능을 재설정하고 선제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반시설에 요구되는 방재 기준과 목표 성능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단순 보수·보강만을 반복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성능 부족 구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될 것이다(<그림 4> 참조). 결국 실질적인 기후적응은 단순 유지관리를 넘어 선제적인 성능개선 사업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후적응형 성능개선을 위해 국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자연재해대책법」 제16조의4에 따른 ‘지역별 방재성능목표’는 지역
단위의 한계 강우량을 지정하고 있어 개별 시설물의 성능개선 목표를 도출하는 객관적 기준을 제공한다(행정안전부 2025). 또한 저수지 및 댐의 비상대처계획(EAP:
Emergency Action Plan)은 계획홍수량을 초과하는 극한 조건(계획홍수량의 1.2배 또는 가능최대홍수량(PMF: Probable Maximum Flood)
유입 등)을 상정하여 하류부 피해 범위 및 영향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행정안전부 2022). 이러한 극한 기후 조건에서의 안전성 검토 결과는 제방 증고·보축,
여유고 확보, 여수로 증설 및 배수능력 확장 등 구체적인 기후적응형 성능개선사업으로 직결될 수 있다.
기존의 성능평가가 ‘현재 이 시설이 얼마나 큰 홍수에 버티는가’라는 수동적 진단에 머물렀다면, 기후적응형 관리는 향후 가중될 기후위기 속에서 요구되는 수준까지 성능을
얼마나 제고해야 하는가를 설정하고, 그 격차를 예산과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메워나가는 능동적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자료: 저자 작성.
향후 기반시설 안전관리 체계는 사전예방 중심의 기후적응형 관리 체계로 고도화되어야 한다. 이는 시설물의 물리적 상태 변화와 기후위험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함으로써, 위험 수준에 입각한 선제적 대응 및 구조적 성능개선으로 직결되는 능동적 관리 메커니즘을 의미한다(<표 5> 및 <그림 5> 참조).
자료: 저자 작성.
자료: 저자 작성.
첫째, 첨단기술 기반의 상시·예측 점검을 통한 사전예방 체계 구축
정기적인 육안 점검 중심의 관리 방식이 아닌, 드론, AI, 계측 센서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접근 불능 구간과 점검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 특히 폭우 및 폭염
등과 같은 기후 외력에 따른 시설물의 변위, 진동, 균열, 수압 등의 변화를 상시로 계측할 수 있다면, 외관의 손상이 가시화되기 전에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및 평가함으로써 위험도가 높은 시설을 선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선순위에 따른 선제적인 사전예방 조치가 실현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형태로 축적된 데이터는 시설물의 생애 이력을 기록하는 디지털 자산이자 기후적응형 위험 예측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시계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중되는
기후위험하에서 손상의 진행 속도와 미래 성능 저하 추세를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첨단기술 기반의 상시 진단과 예측은 기후변화 시대에 사전예방형
안전관리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둘째, 기후위험과 실제 상태를 반영하는 통합 노후도 평가 기반 관리
현행 안전등급 중심의 정적 평가는 가중되는 기후위험 속에서 시설물의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진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경과 연수와 안전등급, 재정
여건 등을 반영하는 행정적 노후도와, 변화하는 기후 외력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을 직접 평가하는 기술적 노후도를 결합한 기후적응형 통합 노후도 평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천 제방을 예로 들면, 먼저 경과 연수와 안전등급, 예산 투입 수준 등을 바탕으로 중장기 관점에서의 제방 관리 상태를 진단한다. 행정적 노후도가 일정 기준 이하인 제방
구간에 대해서는 월류, 사면 활동, 누수 등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노후도 평가를 추가로 실시할 수 있다. 이후 두 결과를 가중 합산하여 종합 노후도를
산정하고 선제적 보수·보강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표 6> 참조).
자료: 김동현 외(2024)를 바탕으로 저자 재구성.
해당 평가 모델을 실제 사례에 적용한 결과, 지난 2020년 집중호우 당시 일부 구간이 유실된 하천 제방의 경우 사고 직전 정밀안전점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음에도, 통합 노후도 평가에서는 기술적 재검토가 시급한 시설로 분류되었다. 이어진 세부 안정성 평가에서는 비탈면 활동에 취약한 구간이 추가로 확인되었다(김동현 외 2024). 이는 기존의 단편적 안전등급 제도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기후위험 노출 구간을 사전예방적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발견해 낸 대표적 사례이다.
셋째, 한정된 자원을 고위험 시설에 집중하는 기후적응형 위험도 기반 관리 한정된 재정과 인력 여건상 모든 기반시설을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후위험에 노출된 취약 시설을 선제적으로 가려내어 점검 및 보강 자원을 투입하는 위험도 기반 관리가 필요하다. 위험도는 홍수, 지진 등 외부 기후 외력인 위험요인(hazard), 해당 외력에 대한 시설물의 저항 능력인 성능(capacity),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손실인 피해 결과(consequence)의 상호작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상태의 평가를 넘어, 가중되는 기후위험과 그 파급력을 함께 고려하는 선제적 대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던 종외 시설물 역시 이러한 틀 내에서 피해 결과의 가중치를 적절히 반영한다면 선제적 우선 관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자료: 저자 작성.
실제로 광범위하게 설치된 하천 제방의 경우, 단계적으로 대상을 좁혀 기후 취약지점을 선별하는 3단계 절차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표 7> 참조). 1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여유고 부족 및 손상 이력 구간을 도출하고, 2단계 예비평가에서 노후도 및 기후위험을 종합하여 정밀 평가 대상을 선별하며, 3단계 정밀평가에서는
수치해석을 통해 월류·세굴·침투(파이핑)·사면 안정성 등 기후위험과 직결되는 항목을 등급화하여 보강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해당 절차의 실효성을 검토하기 위해 국가하천 제방에 적용한 결과, 도심지를 통과하는 일부 구간이 취약 구간으로 판별되었다. 특히 해당 구간의 정밀평가 결과, 호우 시
제방에 작용하는 소류력이 흙 제방의 침식 한계치(약 20N/㎡)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위험도 평가를 통해 도출된 취약구간에 예산을 우선
할당함으로써, 위험도 평가 결과가 실질적인 사전예방적 투자와 기후적응형 성능개선 사업으로 직결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목표 성능 설정에 기반한 기후적응형 투자 구조로의 전환
위험도 평가를 통해 취약지점이 선별되었다면,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목표 성능을 어디까지 상향할 것인가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연재해대책법」상의 ‘지역별
방재성능목표’에 명시된 시간당 강우량 및 연속강우량을 개별 시설의 보강 기준으로 환산하고, 현재 보유 성능과의 정량적 격차를 진단해야 한다. 특히 저수지·댐 및
하천시설의 경우, EAP 수립 과정에서 검토되는 계획홍수량 초과 조건 및 PMF 시나리오는 기후적응형 성능개선 목표치를 정립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재정 투자의 판단 기준 역시 근본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간의 유지관리 예산이 단순 손상 정도나 정적 안전등급에 따라 수동적으로 배분되었다면, 향후 성능개선
투자는 투입 비용 대비 회피되는 미래 피해액을 종합 검토하는 생애주기비용(LCC) 중심의 경제성 평가를 기반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료: 저자 작성.
다섯째, 기술 전환과 상시 관리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
고도화된 기후적응형 관리 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인력·재정 기반이 선제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그림 6> 참조). 먼저, 법정 점검 기준에
기후 외력 평가를 반영해야 하며, 극한기상 직후 긴급점검을 의무화하여 기후위험에 대한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 점검 기술의 시장 정착을 위한 제도적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 드론, AI, 센서 등을 활용한 점검 결과를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공식적으로 등재하고,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및 기술용역 평가 시
해당 기술 실적과 역량을 정량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신기술 적용에 따른 합리적 용역 대가 기준을 마련하여 민간 기업의 기술 투자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 및 자격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기존 토목 및 건축 중심의 단일 자격 구조에서 벗어나, AI·데이터 분석·센서
기술 등을 겸비한 융복합 인력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경력 인정 및 자격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적정 대가 산정과 처우 개선을 통해 우수한 기술 인력이 유지관리
분야에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3종 및 종외시설물 등 현행 관리 체계의 사각지대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고, 이를 이행할 재정·책임 구조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자립도와 인력 부족은 소규모 시설을 기후재해의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단순히 관리 범주를 확장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점검의 형식화와 진단
품질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과 책임 주체의 명확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시설물의 노후화와 기후위기의 심화가 맞물리면서 도로, 교량, 댐, 제방, 상수도 등 국가 핵심 기반시설은 건설 당시의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기후 외력과 환경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환경에서는 외관상의 단순 손상이나 정적 안전등급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시설물의 실질적 위험을 진단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시설의 구조적 상태 변화와 동적 기후위험을 상시 진단하고, 이를 선제적 보수·보강의 우선순위 설정으로 연계하여 목표 성능개선을 달성하는
사전예방 중심의 기후적응형 안전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반시설 안전관리 고도화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첨단기술 기반 상시·예측 점검으로 점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둘째, 행정·기술 통합
노후도 평가로 정적 안전등급 뒤에 잠재적 기후위험을 선제적으로 포착한다. 셋째, 위험도 평가를 거쳐 한정된 재정과 인력을 고위험 구간에 집중 투입한다. 넷째,
방재성능목표 및 EAP 연계를 통한 성능개선 투자로 진단 결과를 실질적인 기후적응형 안전관리 체계의 강화로 전환한다. 끝으로, 이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기후 외력 평가를 반영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융복합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전용 재정 기반을 정비한다.
이 글에서 하천 제방을 주요 실증 사례로 다룬 것은 제방이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적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시 모니터링, 통합 상태평가,
위험도 기반 자원 배분, 성능개선 중심 투자라는 기본 원칙은 제방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리 체계는 교량, 터널, 댐, 관망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의 특성에
맞게 보완하여 범용적으로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신기술 도입이나 일회성 점검의 양적 증대가 아니다. 향후 점검 및 평가에서 도출되는 정보가 위험 구간의 선제적 발굴, 생애주기를
고려한 투자 우선순위 결정, 그리고 실효적 성능개선 사업으로 단절 없이 연결되고, 이에 투입되는 스마트 기술과 전문 인력이 충분히 보상받는 유지관리 분야의 선순환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유지관리 분야에서 첨단 기술과 합리적 제도, 융복합 인력과 전용 재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사전예방 중심의
기후적응형 안전관리 체계로 완벽히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