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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일부 풀어 거래 숨통 틔워야

  • 작성일2004-10-22
  • 조회수415
《“투기과열지구 일부 해제, 거래세 인하 등으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10·29대책을 조속히 손질해야 한다.” “재산세 인상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너무 급속히 올려 조세 저항을 불러왔다.” “주택거래신고제 등이 위력을 발휘해 일단 집값은 잡았으나 거래 마비를 불러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 본보와 주택산업연구원이 ‘10·29 주택안정종합대책’ 실시 1년을 앞두고 19∼21일 학계, 국책 및 민간연구원, 시민단체, 주택업체 등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대체적인 결론이다. 특히 이번 설문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부(富)의 재분배 성격이 강했던 10·29대책으로 혜택을 본 계층이 적어도 지난 1년 동안에는 ‘없다’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주택거래가 실종돼 집을 싸게 구입한 무주택자가 드문데다, 1가구 1주택 소유자들 역시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이사를 못해 곤경에 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10·29대책 효과가 컸나, 부작용이 컸나=10·29대책의 ‘취지’와는 별도로 전문가들은 실제로 나타났던 ‘효과’를 따졌을 때는 부정적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이번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의 48%(12명)는 10·29대책이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고 대답했다. ‘효과와 부작용이 비슷했다’는 32%(8명), ‘효과가 부작용보다 컸다’는 20%(5명)였다. 효과가 더 컸다는 이유로는 ‘어쨌든 10·29대책 이전의 가파른 집값은 잡지 않았느냐’ ‘투기심리는 진정시켰다’는 대답이 나왔다. 부작용이 컸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은 ‘거래 위축에 의한 시장 마비’에 따른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10·29대책의 시행 타이밍과 강도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왔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현 정부가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과격한 부동산 정책을 강행해 성실한 납세자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고 정상적인 거래 위축, 부동산 경기 급랭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주택거래신고제가 위력 발휘=10·29대책은 거래, 세금, 공급, 금융, 단속 등을 총망라한 종합대책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위력을 발휘한 대책은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는 투기과열지구를 6대 광역시와 도청 소재지 전역으로 확대한 정책’과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이라는 답이 각각 60%(15명), 36%(9명)였다. 정부가 단기간에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 분양,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규제를 사용했고 그것의 약발이 시장에서 먹혔다는 평가다. ▽보유세 강화, 상승 폭과 속도는 적절했나=재산세 인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 방침’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인상 폭과 강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대답이 많았다. ‘인상 폭이 지나치게 많고, 속도도 급격했다’는 응답이 56%(14명)였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조세 저항을 이유로 세금 인하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박정식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팀장은 “정부의 재산세 강화 방안은 목적 자체는 좋았으나 형평성 문제만 너무 고려하다 보니 각 구청의 재산세 환급 소동 등 행정적 미숙함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혜택을 본 계층은=10·29대책으로 누가 혜택을 보고, 피해를 봤는지를 묻는 설문에 응답자의 72%인 18명이 ‘혜택을 본 계층이 없다’고 대답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네인즈의 김회춘 대표는 “얼핏 보면 무주택자들이 큰 혜택을 보는 것 같지만 막상 집값이 떨어져 집을 새로 살 수 있게 되는 계층은 얼마 안 되며 실제 구입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를 본 계층은 고가 주택 또는 다주택 보유자라는 응답이 32%(8명)였으며, 주택경기 실종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무주택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는 응답도 6명(24%)이었다. ▽어떻게 손질해야 하나=10·29대책을 어떻게 수정 보완하면 좋겠느냐는 설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나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일부 해제함으로써 거래를 살리는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금대책에서는 우선 거래세를 낮춰 실수요자들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충격요법으로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필요한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한 집값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과도한 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주택시장 침체땐 서민피해만 커져 정책 속도 늦춰야▼ 10·29대책은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개편하였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시장은 거래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 특히 주택거래신고지역은 거래량이 64% 감소하였다. 거래의 위축은 소비자들의 원활한 주거 선택과 주거 상향 이동을 제약한다. 거래의 위축으로 신규주택을 분양 받은 가구는 새집으로 이사를 못하고 있다. 특히 다가구, 다세대주택은 역전세난으로 이사 지연, 전세금 반환 법정분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 정책의 피해자는 서민들인 것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주택 수요는 감소하고 거래가 경색되어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면서 주택 공급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직접적인 시장 규제의 역기능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다 내년에는 실거래가 신고의무제,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강화 등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투기꾼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10·29대책은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 일본과 같이 자산가치 급락에 따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주택시장의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완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투기가 해소된 지역은 신속하게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주택거래신고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구지정 단위를 현재의 시군구에서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재산세 등 주택 관련 조세의 인상은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재건축에 대한 개발이익환수제도의 시행도 늦추어야 한다. 정책은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정책 집행시기를 전반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규제는 규제를 양산하고 시장을 왜곡한다. 또한 규제의 최대 피해자는 투기꾼이 아니고 서민층이라는 점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 ▼설문에 응해 주신 분(가나다순)▼ 김경호 현대건설 상무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관영 한양대 디지털경제학과 교수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김재옥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회장 김종호 대림산업 상무 김회춘 네인즈 대표 김 희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회장 노영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박기성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정식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 본부 팀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양영복 LG건설 상무 양철원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용만 한성대 경상학부 교수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정석희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창무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도시계획전공 교수 지규현 국민은행연구소 전문연구원 차흥권 변호사(법무법인 을지)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