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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살 만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

  • 작성일2012-06-28
  • 분류보도자료
  • 조회수10,695
우리나라에서 도시계획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62년의 일이다. 한국전쟁 이후의 복구체제에서 벗어나 계획적 도시개발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66년에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서울 강남지역과 여의도 개발을 시작으로 많은 도시들이 만들어졌다. 70년대 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설계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반월신도시(현재의 안산신도시)가 조성됐다. 호주의 캔버라를 본뜬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당시에는 도시설계라는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계획도시로 완성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200만호 주택 공급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에서 대규모 택지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자연적으로 형성돼 온 기존 시가지에 비하면 이들 신도시의 주민 생활 여건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근린주구 이론’에 입각해 학교, 근린생활시설, 근린공원 등을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시민의 편의성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판교, 동탄 등에서 2기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또 한 그룹의 수도권 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인구밀도를 낮추고 녹지율을 높임으로써 2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등의 1기 신도시보다 더욱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게 됐다. 이렇듯 정책과 제도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살 만한 도시’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됐다. 그런데 가끔 출장 등으로 유럽에 나가면 라인강변 등 수변에 조성된 도시를 들러 본다. 예술미가 돋보이는 독창적 건축물과 랜드마크가 넘실거리는 강물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경관이 보기에 아름답다. 조깅을 즐기거나 평화롭게 수변을 산책하는 시민들,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TV 광고에서나 봤음직한 예쁜 찻집과 작은 식당들, 서로 비슷해 보이는 한국의 아파트 숲과는 달리 도시 전체와 조화되는 다양한 주택단지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서 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올해 초 발표된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국가하천 옆에 수변도시를 만들기 위해 연내에 대상지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국민의 문화적 수준도 이제는 많이 높아졌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거의 마무리되었다. 단지 조망과 보호의 대상으로서의 강이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살 만한 도시를 넘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할 때다. 박양호 국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