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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 주장은 항만브랜드 파워와 무관한 국내용에 불과

  • 작성일2005-03-19
  • 조회수3,625
‘부산신항’ 주장은 항만브랜드 파워와 무관한 국내용에 불과 - 항만정책에 대한 이해부족과 지역이기주의가 빚은 합작품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http://oceanlove.com.ne.kr 경남 진해시 용원 및 웅동 지역과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해역에 조성되고 있는 컨테이너전용부두인 항만의 이름을 정하는 문제로 내년 1월 일부 선석 개장 앞둔 지금까지도 해결은커녕 정치권과 지역인사들의 개입으로 감정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두 지역이 경계를 포함하고 있으나 사업지역의 80 % 이상이 경남 진해시역임으로 ‘부산-진해신항’ 또는 ‘진해신항’으로 해야한다는 주장과 기존 부산항의 브랜드가치 즉 국제적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산신항’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칫 항만명칭을 양보할 경우 차기 선거에서 회복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염려한 민선 자치단체장과 정치인은 물론 상공인, 일부 연구단체 및 학계 종사자들까지 개입하여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한 불복운동까지 펼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사실상 항만의 효율적 운영이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거나 지역사랑의 완곡한 표현이기보다는 다음의 몇 가지 사실에서 항만정책에 대한 이해부족과 정치적 입지 강화나 유명세를 위해 지역주민을 선동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농간에 다름이 아님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자치행정과 항만운영은 상호 관련은 있지만 엄연히 별도의 절차와 방법에 따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부산항의 항계가 부산시와 진해시역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고,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이 경남과 전남․북 3개의 도에 걸쳐있듯이 광역시설들은 행정경계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운영 또한 자치단체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항만은 항만법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의해 환경부가 관리권을 가지고 있으며 효율적 운영을 위해 별도의 관리기구에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부산시나 경남도의 항만정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운영의 독립성을 해치는 월권행위가 될 것이다. 둘째, 새로 조성되는 항만의 성격은 부산항과 대등한 별도의 항만이 아니라 부산항계 내에 있는 기존의 북항 남항 감천항 다대포항과 같은 소속항만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조성되는 항만은 계획상 방위에 따른 남 북 서 3개의 컨테이너부두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Pusan New Port - 부산신항' 또는 ‘부산-진해신항’으로 이름을 정해 국제적인 홍보를 한다면 이는 부산항과는 엄연히 별개의 항만이 되고, 사실상 동일 항계 내에 두 개의 항만이 성립하며 국가적으로는 세 개의 항구(Three Port System)가 되어 항만의 집중도 저하와 국제경쟁력 상실의 원인이 될 것이다. 두 개의 항만은 국가적인 항만정책, 즉 컨테이너항만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새로 건설되는 항만의 운용계획이 부산항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 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항만 정책은 부산항과 광양항을 서로 경쟁과 보완을 통해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지만,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의 경쟁항만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지적받아 왔으며 언제가 현직에 있던 어느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궁극적으로 두 개의 항만을 통합하여 1포트 2부두 체제로 가야한다는 발언까지 나온 적도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항만을 분리하거나 그러한 주장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이름을 채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따라서 ‘부산신항사업’은 새로운 항구의 건설이 아니라 부산항의 확장이며, ‘Pusan New Port'는 고유명사에 해당하는 이름이 아니라 부산항계 내에 새로 만들어지는 항만의 성격을 알려주는 수식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김첨지의 다섯째 아들 김개똥‘에서 ’김첨지의 다섯째‘에 해당하는 것이 ’Pusan New Port' 즉 ‘부산신항’이며 ‘김개똥’에 해당하는 이름은 ‘김첨지 2세’ 또는 ‘김첨지와 새터댁의 2세’가 아닌 기존의 항만의 지명을 결정하는데 인용된 관습을 존중하고 효율적 운용과 지역정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항만의 성격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부산항의 소속항만들은 지역구분에 따라 지명 또는 방위를 이름으로하는 북항 남항 감천항 다대포항 그리고 명칭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신항사업 등 5개의 항구(Port)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 하위에 컨테이너 및 일반 부두(Terminal 또는 Pier) 그리고 정박지로 나뉘어진다. 이중 컨테이너부두는 북항에 집중되어 있으며 감천항은 일반부두에 컨테이너부두가 추가된 형태이다. 기존의 컨테이너부두의 운용과정에서 상위 위상의 항만명칭인 북항이나 감천항은 수출입 물동량의 이동경로를 나타내는 주소나 해외 항만세일즈를 위해 사용되는 명칭으로써의 기능이 아니라, 항만의 관리 및 배후 하역시설 및 수송체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적 관리범위를 구분하는 것에 한정된다는 사실이다. 예를들면 부산항을 (부산)북항이나 (부산)감천항이라 하지 않아도 해외항만 세일즈에 그동안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은 물론 ‘부산항-북항-자성대컨테이너부두’라 하지 않고 ‘부산항-자성대컨테이너부두’만으로도 충분히 통용된다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넷째, 최근에 매립지역의 해상경계 분쟁을 겪은후 전격적으로 항만명칭을 병기하기로한 평택․당진항의 경우와 대규모 복합항만인 부산항의 사례는 다르다는 것이며, 이름을 병기하고 있는 미국의 뉴욕-뉴저지항, 프랑스의 마르세이유-포항, 덴마크 스웨덴의 코펜하겐-말뫼항과도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부산항의 소속항만(Branch Port)의 위상을 가진 신항사업의 명칭이 ‘부산-진해신항’으로 한다면 아버지에 해당하는 부산항과 이름이 중복됨은 물론 자치단체의 격이 다른 상태에서의 억지조합이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이 이미 이런 이름을 쓰고는 있다지만 아비와 아들이 같은 항렬자를 쓰지 않는 것이나 외교사절의 영접에 동일한 위상의 관리가 나서는 이유는 자존심이나 이유없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혼란과 불편을 막고 책임과 권한의 범위 내에서 효율적인 의논을 하자는 실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대안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명칭을 쓰는 문제는 이미 부산항 내에 감천항과 다대포항이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격이 많지 않은 ‘부산-진해신항’이나 ‘부산-경남신항’이 아닌 ‘진해-강서항’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합당하다. 다섯째, 새로 조성되는 항만에 소속된 3개의 컨테이너부두의 계획상 명칭의 문제이다. 양 시도의 주장에 의해 가려져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는 실재 물동량이 수출입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실재적인 이름으로 시급히 검토 및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3개를 모두 하나의 컨테이너부두로 묶는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계획상 구분된 기존 방위를 적용한 남 북 서컨테이너부두란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면 한 단계 높은 위상을 가진 남항 북항과 혼돈의 염려가 있으므로 북항이나 감천항에 위치한 컨테이너부두와 마찬가지로 지역명칭을 사용하여 용원 웅동 가덕 컨테이너부두로 한다면 지명의 사용을 원하는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자연스럽게 수용이 가능하고 항만의 운용에도 대과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실재 수많은 컨테이너부두와 일반부두로 구분되어 있는 북항의 경우 항만지원 정책과정을 제외하면 그 이름이 점차 사문화되어 간다는 측면에서도 부산항에서의 하위항만 또는 부두의 실재적인 이름의 중요성은 개별 부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항만정보를 다루는 Busanportall이란 웹사이트(http://www.busanportall.net)에 찾아가 보면 ‘북항’이란 이름은 없고 다만 북항 내의 각 부두들이 컨테이너와 일반 부두로 소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사이트에서는 ‘부산신항사업’을 자성대부두 신선대부두와 동일한 위상으로 소개하고 있어 북항과 같은 위상으로 다루고 있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다르게 구분하고 있어 전문기관조차도 항만에 대한 인식이 혼란스러움을 보여 주고 있다. 여섯째, ‘부산-진해신항’ 또는 ‘진해신항’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는 경남의 입장은 그동안 부산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양보만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해는 되지만, 비록 일부이나 부산시역이 포함되는 이 사업의 명칭을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는 경남이 주장하는 ‘진해신항’으로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였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부산-진해신항’은 원칙에 합당하지않으니 논외로 하고, 화합과 공동번영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부산시가 ‘진해신항’을 받아들여주기를 바라지만 여의치 못할 경우 부산항의 소속항만을 명칭을 정할 때 적용된 항렬에 해당되는 방위개념을 사용하여 ‘서항’으로 하거나, 진해항(기존 진해항은 마산항계에 속하고 있음)의 외곽임과 동시에 부산항의 외곽이란 의미를 함께 쓸 수 있는 ‘외항’으로 하는 안이나 각자가 한 발씩 물러서 ‘진해-강서항’으로 하는 것도 부산항의 기능을 해치지 않고 깊어진 양측의 감정의 골을 메워줄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안수립과정의 부적절함이다. 문제해결의 마지막 결정권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시도간의 시한부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업계종사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직권조정하겠다는 입장을 흘렸다가 양시도 및 정치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주춤한 상태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항만정책은 육지에 익숙한 우리들이 그 특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설문조사와 같은 인기투표로 성급히 결정내릴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운용효율성을 무시하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되거나 정치논리에 따라가서도 안될 일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발한 운영을 통해 나온 몇가지 결론들을 요약한 다음 이해당사자와 3자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검증한 이후 이해당사자들이 최종 합의조정하여 결정하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금 ‘부산신항사업’의 명칭결정과 관련하여 지역연고를 주장하며 보도자료와 현수막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는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지만 뚜렷한 실체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며 또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익단체 또한 전무한 형편이다. 이런 모습들은 행정기관도 별반 다를 바 없으며, 언론기관 또한 중앙지는 입을 닫고 누가 이기나 관전에 열중하고 있고 지방지들은 자신이 기반을 둔 지역의 인사들의 주장들을 확대재생산하는데 분주하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지역발전을 통해 혜택을 더불어 누리고자하는 기대를 탓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후사정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자신만의 주장을 일관하거나 주위를 선동하여 정치적 목적이나 유명세를 취하려고 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사심을 떠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계속하고 있는 ‘부산신항사업’의 명칭논란이 못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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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202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