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한 주식회사 복주머니(아영이네
행복주택) 대표
(uuiihh@naver.com)
필자는 2017년 원룸 공공임대(29㎡)로 독립해서 2019년
첫째를 낳았고, 2020년 투룸 공공임대(49㎡)로 이사해서
2021년 둘째를, 2024년 쓰리룸 공공임대(74㎡)로
이사해서 2025년 셋째를 낳았다. 셋째를 앞두고는
동작구 수방사 공공분양주택(59㎡) 가점이 만점이었으나
접수를 포기했다. 당첨되더라도 집 크기 대비 원리금
부담 탓에 사는 동안 행복하지 않으리라 판단해서다.
보고서는 이 선택들이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음을 통계로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이 간 것은 주거 소비 구조 분석이다.
서울시 주거실태조사를 활용한 분석 결과, 30세 이하
청년층은 공공임대 거주 시 결혼 확률이 비공공임대
대비 169.2% 높게 나타났다. 결혼 시점도 임대 가구가
자가보다 2.08년 빨랐고, 임대 안에서도
공공임대(4.286년)가 민간임대(4.683년)보다 짧았다.
출산에서의 차이는 더 뚜렷했다. 공공임대는 주거
면적이 평균을 넘으면 세 자녀 이상 출산 오즈비(Odds
Ratio)가 5.874로, 평균 이하(3.868)보다 크게
확대되었다. 반면 민간임대는 정반대였고 좁을수록
부정적이었다. 임대의 형식보다 어떤 임대에서 얼마나
넓게 사는가가 가족 형성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자가
점유 자체는 출산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결과도, 내 집 마련 지원 정책만으로는 출산율 제고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공공 주거정책 정보 채널을 운영하며 매일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중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집이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당첨되고도 입주를 망설이는 이유는 대부분
면적이 작아서다. 현장에서 매일 듣던 이야기가 수치로
정리되어 있었다.
보고서는 이 현상을 인구구조라는 더 큰 축 위에
올려놓는다. 기대수명 증가가 주택자산 선호를
확대하고, 주택가격 상승이 실물경기의 주택 의존도를
심화시킨다는 분석은 우리 경제가 집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수명이
길어진 사회에서 가계가 왜 주택 매입에 나서는지를
생애 소득으로 설명한 대목도 설득력이 있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 전체의 주택수요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가구 구조 전망은 낯설었다. 2032년이면 1~2인 가구가
전체의 70%를 넘어서고, 혼자 사는 가구의 45%가 60대
이상이 된다. 전체 주거면적은 이 시점에 정점을 찍고
감소 국면에 들어선다. 저출산 대응이
청년·신혼부부에게 집중되는 사이, 정작 규모가 커지는
것은 고령 1인 가구다. 그 고령가구는 주거를 조정하는
대신 소비를 줄이며 노후를 견딘다. 부동산은 그대로 둔
채 금융자산만 줄고, 주택연금 가입률은 2%에 머문다.
자산을 쥔 채 빈곤해지는 구조다. 또한 1인 가구의 건강
악화 확률이 75세 전후에 높아진다는 분석을 근거로
돌봄 연계 시점을 제시한 점은 정책 시점을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책 방안은 구체적이다. 생애주기 대응 공공임대 확대,
동일 단지 내 평형 이동, 결혼 이후 장기 거주가 가능한
청년주택은 실제 거주자들이 요구해 온 주장과 맞닿아
있다. 청년 공공임대의 상당수가 20~40㎡로 공급되고
최대 10년만 거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60㎡ 내외 중형
평형을 확대하고 거주 연속성을 제도화하자는 제안은
시급하다.
면적 기준이 반대로 움직인 적도 있다. 2024년 공공임대
입주자 모집에 세대원 수에 따른 면적 기준이 도입되자
국민청원 동의가 5만 건을 넘었다. 자녀 계획이 있는
가구조차 현재 세대원 수에 묶여 좁은 면적만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반발의 핵심이었다. 제도가 가족 형성을
앞질러 제약한 셈이다. 이 제한은 6개월 만에
폐지되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도를 움직인
사례이자, 면적 기준의 설계 방향이 출산 결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결혼·출산 분석에 서울 자료를 활용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보고서의 샤플리 분해 결과를 보면
주택가격이 인구이동에 미치는 기여도는 수도권에서
30~40대부터 급등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낮게 유지된다.
지방의 인구이동을 좌우하는 것은 집값이 아니라 대학과
일자리다. 주거가 가족 형성을 가로막는 현상 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해법 역시 수도권 공급
확대만으로는 완결되기 어렵다. 보고서가 제안한 기업과
대학 연계 지역인재 정착 정책은 원론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선행 조건에 가깝다. 공공기관 이전, 거점 국립대
강화처럼 청년의 이동 방향 자체를 바꾸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도권 공공임대 확대는 늘어나는
수요를 뒤따라가는 데 그칠 수 있다. 다만 넓은
공공임대가 다자녀 출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결과가
지방에서도 동일한지는 확인이 필요한 질문으로
남는다.
아쉬운 지점도 있다. 첫째, 분석 대상이 입주자에
한정되어 탈락한 가구, 자격이 되지 않아 신청조차 못
한 가구는 관측되지 않는다. 공공임대의 효과를 온전히
측정하려면 이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둘째, 이
보고서의 면적 확대 제안은 분양 특별공급 대상이다.
공공임대의 다자녀 우선공급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이 별도로 규율하므로, 공공임대의 면적
확대로 이어지려면 별도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이 연구는 통계·공간분석 중심으로 수행되어 정책
수요자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수집되지 않았다. 좁은
집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통계만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오랫동안 미뤄 온 질문 하나를
정면으로 다뤘다.
집이 가족을 만드는가? 답은 ‘그렇다’에 가까웠고,
조건은 넓이였다. 남은 과제는 그 조건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