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은
(becky@g.ecc.u-tokyo.ac.jp)
주택공급은 일반적으로 신규주택 건설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이미 축적된 주택 재고를 시장에 다시
유통시키는 것 역시 이용 가능한 주택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일본의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내 총 주택 수는 약 6,502만 호로 총 세대
수 약 5,622만 세대를 웃돌고, 빈집은 약 900만 호에
이른다(総務省統計局 2024). 다만 빈집을 포함한
기존주택(既存住宅)이 모두 실수요가 있는 지역에
위치하거나 곧바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존주택 가운데 이용 가능한 주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유통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6년 3월 향후 10년간의 주택정책 방향을
담은 ‘주생활기본계획(전국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주택스톡의 활용과 유통시장 확대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주택의 성능과 이용가치가 시장에서
적절하게 평가되고 다음 소유자에게 이어지는
순환체계를 구축하고자 2026년 ‘주택스톡
순환촉진사업(住宅ストック循環促進事業)’을
신설하였다. 사업에서는 주택이력정보와 가격평가, 금융
등 기존주택 유통을 뒷받침하는 시장환경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国土交通省 2026a; 2026b).
일본에서는 과거에도 인스펙션(건물 점검)과
주택이력정보 등 기존주택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한
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2026년 정책의 특징은 정보
축적에서 나아가 주택의 가격평가와 금융에까지
연결하려는 데에 있다. 기존주택이 다시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건축연수뿐 아니라 실제 성능과
관리상태를 확인하고, 그 가치를 거래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의 수선·개보수 이력과
주택성능, 유지관리 상태 등의 정보를 축적하고,
인스펙션과 기존주택 매매 하자보험, 안심R주택 등을
통해 거래과정의 정보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다. 또한
향후 필요한 수선이나 철거비용 등을 가시화하여
기존주택을 취득하려는 소비자가 주택의 현재 가치와
향후 필요한 투자비용을 함께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国土交通省 2026a).
이러한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2026년 주택스톡
순환촉진사업에서는 기존주택의 가격평가 방식과
금융환경도 함께 다루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주택의
성능과 이용가치를 반영하는 가격평가 환경을 정비하는
한편, 주택의 잔존가치를 활용하는 주택대출의 도입과
운영체계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6월
잔존가치 설정형 주택대출 등의 시장환경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7월에는 기존주택의 가격평가, 8월에는
주택스톡 순환촉진에 관한 조사사업의 공모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国土交通省 2026b; 2026c). 다만
아직 시장환경 정비와 조사 단계에 있는 만큼 실제 거래
확대 효과는 향후 확인이 필요하다.
구매 단계의 세제지원도 함께 강화되었다. 2026년도
세제개편에서는 주택대출 감세를 2030년까지 연장하면서
에너지성능이 높은 기존주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였다.
예를 들어 인정 장기우량주택·저탄소주택을
기존주택으로 취득하는 경우 일반 가구는 최대 3,500만
엔, 자녀양육·청년부부가구는 최대 4,500만 엔의
대출잔액을 한도로 연말 대출잔액의 0.7%를 최대 13년간
소득세 등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国土交通省 2026d).
자료: 国土交通省 2025.
주택스톡 순환정책이 신규주택 공급을 기존주택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존주택만으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여전히 신규공급이 필요하다. 한편, 이미 상당한 규모의 주택스톡이 축적된 상황에서는 신규공급뿐 아니라 기존주택을 실수요와 다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최근 정책은 주택공급을 신규건설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기존주택의 성능과 가치를 평가해 다시 시장에 유통시키는 경로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주택의 순환은 신규공급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주택공급 경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희은
東京大学大学院工学系研究科 도시공학전공
박사과정
(becky@g.ecc.u-tokyo.ac.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