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in-ho.chung@qeh.ox.ac.uk)
영국 노동당 정부는 2024년 집권 이후 의회 임기 동안
영국에 150만 호의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고, 지방정부의 의무적 주택공급 목표
부활과 그린벨트 일부 개발, 역세권 개발 촉진 등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집권 후 첫
18개월 동안 실제 증가한 주택은 약 30만 호에 그쳐
목표 달성에 필요한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인허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주택이 바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자재 가격 상승, 건설인력과
현장 경험을 갖춘 숙련인력의 부족, 도로 및 상하수도와
전력 연결의 지연, 높은 금융비용 등이 동시에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 여기에 생활비 상승과 높은
주택가격으로 실제 구매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 즉 현재 영국의 경험은 주택공급이
토지와 계획규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산업의
생산능력, 기반시설, 금융여건, 구매력까지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The Guardian 2026a).
이러한 상황은 영국의 주택문제가 단순한 주택 재고의
부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기존 전문가들의 지적과도
연결된다. 영국의 주택위기는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높은 주택가격, 저렴한 임대주택의 부족, 불안정한
민간임대, 사회주택 감소와 임금 정체 등이 중첩된
결과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수요가 높은 도시지역에
주택을 더 공급하는 동시에 건설방식의 현대화,
민간임대차 안정성 강화, 부동산 세제 및 모기지 제도
개혁, 저소득 임차인 지원과 소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단순한 신규주택 공급량보다
실제 저소득층이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영국 주택단체들은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주택과 사회임대주택의 공급이 장기간 수요에
미치지 못한 것이 현재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결국 공급량 확대만으로는 주거비 부담
가능성의 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The Guardian 2022).
그럼에도 현 정부의 공급정책은 여전히 민간 개발업체와
기관투자자의 공급 확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관투자자가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 및 운영하는 ‘Build to Rent’다.
노동당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자본을 주택공급에
끌어들이고 공급량을 신속히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공급 증가가 저렴한 주택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Build to Rent’가
활발하게 공급된 런던 일부 지역에서도 높은 임대료가
지속됐으며, 수익성을 우선하는 기관투자자는 저렴한
임대주택보다 높은 임대료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민간 개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총 공급량만 확대할 경우 정부의 공급
목표와 실제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저렴한 주택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2026~2036년
공공주택 프로그램에 390억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The
Guardian 2025).
이에 따라 신규주택을 건설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Buy the
Supply’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방안은 민간
임대사업자가 시장에 내놓는 주택이나 과거 ‘Right to
Buy’를 통해 민간으로 넘어간 주택을 지방정부가 매입해
사회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와 건설을 거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것과 달리 기존 주택을 즉시 확보할 수 있고, 이미
학교, 공원 및 의료시설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
사회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임시숙소에 거주하는 아동이 17만 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신규건설만 기다리지 말고 기존 재고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는 신규건설을
대체하기보다는 사회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보완적
공급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The Guardian 2026b).
한편 공급 확대와 함께 주택 구매력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타나고 있다.
보수당 정부가 2013년 도입한 ‘Help to Buy’는 정부
지원을 통해 초기 자금이 부족한 첫 주택 구매자의 주택
구입을 돕는 정책으로, 38만 명 이상이 이를 통해
주택을 구입했고 이 가운데 32만 명 이상이 첫 주택
구매자였다. 2026년 정부 평가가 이 제도의 비용 대비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노동당 정부 내부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Help to Buy’ 도입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다만 구매보조가 오히려 주택가격을 올리고
당초 지원 없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계층에
혜택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현 정부가 당장은
재도입보다 공급 확대를 우선하고 있는 이유다.
공급정책과 수요지원 정책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는
여전히 영국 주택정책의 중요한 쟁점이다(The Guardian
2026c).
영국에서 주택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더 이상 부동산시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영국에서 지방정부 공공주택
대기명단에 오른 가구가 약 130만 가구에 달하고, 약
17만 명의 아동이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는 등 주거불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됐다. 높은 민간 임대료와 주택
구입의 어려움은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에게 기존
경제,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만이 이민과 공공서비스 부족에 대한 불만과
결합하면서 ‘Reform UK’와 같은 정치세력의 성장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따라서 충분한 사회주택과
저렴주택 공급은 단순한 주거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세대 간 격차를 완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회 인프라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The Guardian 2026c).
영국의 경험은 우리나라에서도 주택공급정책을 단순한
공급물량 목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건설비,
금융비용, 기반시설, 건설산업의 공급능력과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공급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또한 민간 공급에만 의존하기보다 공공임대 및
부담 가능한 주택의 직접 공급, 기존 주택 매입 및 전환
등 공급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몇
호를 공급했는가’와 함께 ‘어디에, 어떤 가격으로,
누구에게 공급했는가’를 주택공급정책의 핵심
성과지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진호
University of Oxford, Department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ODID), 조교수
(jin-ho.chung@qeh.ox.ac.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