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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탐구생활

빈집을 살리는 청년들 • 9
춘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일기장,
춘천일기
울산기름집에서 춘천일기스테이까지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chuncheondiary@gmail.com)

시작은 닭갈비

2016년 겨울, 어느 금요일 남편과 춘천을 향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춘천 가서 닭갈비나 먹을까?” 가볍게 떠난 즉흥여행이었다.
사실 나에게 춘천은 완전히 낯선 도시는 아니었다. 엄마 아빠의 고향이자 외가와 친가 모두 춘천에 있어 어릴 때부터 명절마다 종종 들렀다. 하지만 그때의 춘천은 거의 기억이 없다. 어떤 동네가 있고, 사람들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천천히 둘러본 적도 없었다. 가끔 가족들과 집 근처 닭갈비집에 갔던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겨울 정말 오랜만에 춘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시청 근처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였다. 거기가 지금 우리가 운영하는 춘천일기스테이가 될 줄은 남편도, 나도,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 우리는 익숙한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보는 일을 오래 고민하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 제주나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시절이었다. 모두의 로망이었던 제주도도 당연히 가봤고, 강화도에서는 실제로 땅을 알아보기도 했다.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일이었지만, 정작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점점 지쳐갔다.
그런데 춘천은 조금 달랐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고, 여러 지역을 비교한 끝에 가장 좋은 조건을 골라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세 달 동안 춘천을 오갔다. 한 번 오고, 다시 오고, 또 오고, 그렇게 올 때마다 전보다 조금씩 더 춘천이 좋아졌다.
그렇게 춘천에 자리를 잡았다. 거짓말처럼 9년이 흐른 지금도 이 도시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좋다.

공사 전 육림고개, 춘천일기 ⓒ 춘천일기

오래된 기름집에서 시작된 춘천일기의 첫 번째 페이지

내가 가진 특기 중 하나는 남들보다 냄새를 조금 잘 맡는다는 것이다. 그 재능이 유독 빛을 발했던 순간이 있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지원사업에 추가 모집으로 합격해 육림고개의 낡은 점포 하나를 배정받았을 때였다. 1층과 2층을 모두 합쳐도 8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가게였다. 1층 벽의 페인트는 부풀어 종잇장처럼 너덜거렸고, 2층에는 검은 곰팡이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육림고개에 있던 로컬 굿즈편집숍 춘천일기 ⓒ 춘천일기

좁은 가게가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꽉 찼던 시간 ⓒ 춘천일기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간 날, 퀴퀴한 냄새 너머로 이상하게 고소한 냄새가 났다.
“여기 기름 냄새 나는 것 같은데?”
남편은 곰팡이 냄새일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잠시 뒤 사업단 단장님이 말했다.
“여기 원래 기름 팔던 가게였어요.”
네이버 지도에 남아 있던 가게의 이름은 ‘울산기름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름을 팔던 오래된 시장 점포에서 기름 대신 춘천의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 같은 공간, ‘춘천일기’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공간을 말끔하게 새것으로 바꿀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창업비용이 넉넉하지 않았고, 오래된 시장 골목의 분위기를 없애고 싶지도 않았다. 페인트가 겹겹이 칠해진 벽은 그대로 두었다. 육림고개 언덕의 암벽이 드러난 부분도 굳이 가리지 않았다. 오래된 구조와 흔적을 가능한 한 살리고 꼭 필요한 부분만 손을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래된 공간을 대하는 방식은 그때부터 정해졌던 것 같다.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것보다, 그 공간이 가지고 있던 시간 위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겹 더 얹는 것.
그렇게 울산기름집은 로컬 상점이자 작은 여행책방 ‘춘천일기’가 되었다.

2층에서 본 아기자기한 풍경 ⓒ 춘천일기

춘천의 대표 먹거리인 닭갈비와 막국수를 일러스트 캐릭터로 만든 ‘사리’와 ‘메밀보이’가 그려진 춘천백 ⓒ 춘천일기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2층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오래된 골목과 지붕들은 마치 그림엽서 같았다. 우리는 그 작은 공간에서 약 5년 가까이 수많은 여행자를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만든 제품은 춘천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담은 가방, ‘춘천백’이었다.
‘춘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 닭갈비, 막국수, 그리고 ITX 청춘.
닭갈비 소녀 ‘사리’, 막국수 소년 ‘메밀보이’, 기차와 호수, 자전거와 오리배를 그려 넣은 ‘ITX 청춘’ 가방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심지어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역의 이미지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
그 가방을 사러 온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물었다.
“춘천에서 또 어디 가면 좋아요?”
그 질문에 답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 순간 물건보다 도시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준 지도 한 장

춘천일기 매장을 열고 가장 먼저 맡게 된 프로젝트는 육림고개 골목지도를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시장이나 관광지에서 나눠주는 지도는 대부분 비슷했다. 매장 이름과 대표 메뉴, 알록달록한 제품 사진을 빼곡하게 채운 홍보 리플렛이었다. 우리는 한 번 보고 버리는 지도 대신 집까지 가져가고 싶은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육림고개 골목지도 ⓒ 춘천일기

그래서 가장 먼저 크기부터 바꿨다. 포개 접으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지도를 만들고, 육림고개 특유의 오래된 골목 분위기에 맞게 빛이 조금 바랜 듯한 종이를 골랐다.
육림극장에서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의 가게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기록하고, 손그림으로 골목을 다시 그렸다.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수현 작가의 그림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되었고, 지금도 춘천일기스테이 방 한편에 걸려 있다.
지도 뒷면의 매장 소개도 단순한 업체 정보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전 직장에서 에디터로 함께 일했던 친구 두 명을 닭갈비로 섭외했다. 여행잡지 에디터가 새로운 장소를 취재하듯 가게 사장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썼다.
낮에는 가게 문을 열어 손님을 만나고, 문을 닫은 뒤에는 지도 작업을 했다. 퇴근 시간이 자정을 넘기는 날도 많았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몸은 훨씬 고단했지만 이상하게도 즐거웠다.

여행 가이드북 『문득, 춘천』 ⓒ 춘천일기

아무도 없는 골목에 조명이 반짝이고, 고갯길 위로 달이 떠 있었다. 늦은 밤 가게 문을 잠그고 내려가며 바라본 그 풍경은 힘든 하루 끝에 받는 작은 선물 같았다. 완성된 지도 표지에는 육림고개의 낮과 밤을 각각 그려 넣었다. 고갯길을 오가던 작은 강아지와 골목의 조명까지 담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춘천역 관광안내소와 춘천 곳곳에서 지도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어떤 여행자들은 “그 지도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물어 춘천일기까지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춘천일기가 단순한 기념품 가게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로컬 콘텐츠 스튜디오로 바뀌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게 바로 이 지도 한 장이었던 것 같다.
작은 가게 안에 머물던 우리의 시선도 그때부터 골목 전체로 넓어졌다.

어쩌다 ‘문득 춘천’

두 번째 프로젝트는 미니 여행 가이드북 『문득, 춘천』이었다.
처음부터 여행책을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 의뢰받은 것은 육림고개 청년몰을 홍보하는 브로슈어였다. 사장님들이 매장 앞에서 물건을 들고 웃는 사진과 함께 어떤 가게에서 무엇을 파는지 설명하는 익숙한 홍보책자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기로 했다.
육림고개를 알리고 싶다면, 먼저 사람들이 춘천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제주도나 부산처럼 몇 달 전부터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준비하는 여행지와 춘천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 춘천 가서 닭갈비나 먹을까?” 당일 아침에도 기차표를 끊고 떠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춘천이다.

춘천일기스테이 게스트하우스 공사 전후 모습 ⓒ 춘천일기

그래서 책의 제목을 ‘문득 춘천’이라고 지었다.
책에는 육림고개뿐 아니라 춘천의 카페와 책방, 우리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함께 담았다. 일반적인 홍보사진 대신 실제 춘천을 여행한 사람들이 SNS에 올린 사진을 허락받아 사용했다. 그렇게 청년몰 홍보 브로슈어로 시작했던 책은 어느새 춘천이라는 도시 전체를 소개하는 작은 여행 가이드북이 되었다.
처음 우리는 사람들이 춘천에서 무엇을 사 갈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지도를 만들고 여행책을 만들면서 질문이 조금씩 달라졌다. 사람들이 춘천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를 걷고, 어떤 시간을 보내게 할 것인가.
작은 굿즈 가게에서 시작한 고민은 육림고개라는 골목으로, 골목에서 시작한 고민은 춘천이라는 도시 전체로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살듯 여행하기, 여행하듯 살기 — 춘천일기스테이

춘천일기를 운영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바쁘게 진행하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가 처음 춘천을 여행했을 때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공간을 내놓으셨단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에어비앤비로 민박집을 운영한 경험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게스트하우스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춘천일기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과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 그동안 만난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믿었다.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도시재생기금 도움을 받아 우리는 이 공간을 인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최소한의 수리만 하려고 했다. 간판을 ‘춘천일기스테이’로 바꾸고, 기존 게스트하우스의 구조와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2019년 6월, 그렇게 춘천일기스테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간을 연 지 6개월 만에 코로나19가 시작됐다.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예약되어 있던 숙박은 줄줄이 취소됐고, 여행자들이 낯선 이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게스트하우스라는 숙박 형태 자체를 꺼리는 시기가 찾아왔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상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텅 빈 객실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했다.
이 공간은 앞으로 어떤 곳이어야 할까.
마냥 코로나가 지나가기만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이 시간을 이용해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공간으로 제대로 바꿔보기로 했다.

싱어송라이터 조준호 님과 함께한 소파여행자 콘서트 ⓒ 춘천일기

이 공간은 앞으로 어떤 곳이어야 할까.
마냥 코로나가 지나가기만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이 시간을 이용해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공간으로 제대로 바꿔보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는 1층이었다. 기존 객실 세 개를 과감히 없애고, 사람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라운지를 넓혔다. 그렇다고 벽을 모두 허물고 반듯하고 깨끗한 새 공간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객실이 있던 기존 구조와 벽의 흔적을 일부 남겼다. 덕분에 새로 만든 공간인데도 이전에 어떤 곳이었는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는 조금은 독특한 라운지가 완성됐다.
육림고개의 오래된 기름집을 고칠 때와 비슷했다. 공간의 과거를 모두 지우기보다, 그 흔적을 남긴 채 새로운 역할을 더하는 것, 그게 우리만의 색깔이 되어가고 있었다.
공사를 시작하며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1층 객실 세 개를 없애는 일이었다. 숙박업을 하는 입장에서 객실을 줄인다는 것은 곧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줄이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잠을 자는 방만큼이나 사람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넓은 라운지에서는 하나둘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었다.
작은 공연을 열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북토크를 열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 창작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만들었다. 때로는 여행자가 관객이 되었고, 때로는 춘천에 사는 사람들이 스테이를 찾아왔다. 객실 세 개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더 많은 사람이 머물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객실이 많은 숙소라기보다 여행자와 지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여섯 개의 방을 작은 미술관으로

2층에는 객실 여섯 개가 있었다. 우리는 이 객실을 청년 작가들과 함께 ‘로컬아트스테이’로 만들었다. 단순히 객실 벽에 그림 몇 점을 거는 숙소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여행자가 하룻밤을 머무는 동안 작가가 바라본 춘천과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작은 미술관 같은 방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아파트 재개발로 사라진 기와집골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한 민하림 작가의 사진과 습작이 놓인 객실에는 ‘Remember Hom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춘천 출신 LUCY 작가가 약사동의 풍경과 정취를 담은 작품으로 꾸민 객실은 ‘약사산책’이 되었다.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로컬아트스테이 객실 ⓒ 춘천일기

일러스트레이터 라킷키 작가의 그림과 작은 책상이 놓인 방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원칙을 더 만들었다. 객실 숙박료의 일부를 그 방에 참여한 작가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여행자가 객실을 예약하는 일이 곧 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활동을 응원하는 일이 되도록 작은 상생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코로나라는 위기 때문에 시작한 변화였지만, 결과적으로 로컬아트스테이는 코로나가 지나간 뒤에도 춘천일기스테이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로 남았다. 어떤 게스트들은 이전에 머물렀던 방과 다른 작가의 객실을 경험하기 위해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 단순히 낡은 것을 깨끗하게 고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We Design A Very Local Experience

춘천은 서울과 가깝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차를 타면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편리함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춘천은 당일치기 여행지이기도 하다. 닭갈비를 먹고, 카페에 들렀다가 저녁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우리는 그 시간을 조금만 늘려보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집으로 퇴근하는 대신 춘천행 기차를 타고 와서 일요일까지 머무는 ‘춘천으로 퇴근행’을 만들었다. 로컬 브루어리의 맥주를 웰컴드링크로 준비하고, 지역의 재료로 만든 아침을 차렸다.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과 카페, 책방, 산책 코스를 알려주었다. 그 뒤로 계절마다 다양한 ‘춘천행’이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이웃 식당과 책방을 연결한 여행을 만들고, 겨울에는 오래된 원도심을 걸으며 일회용 카메라로 풍경을 기록했다. 춘천마라톤에 참가하는 러너들을 위해 얼리 체크인과 레이트 체크아웃, 로컬 다이닝과 러너스팩, 스페셜 굿즈를 포함한 ‘마이 마라톤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만든 것은 숙박 패키지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춘천에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이유를 하나씩 만든 것이었다.
춘천일기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이 들은 질문이 있다.
“춘천일기는 뭐 하는 데예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춘천의 ‘해주세요’예요. 시키는 건 뭐든 다 해요”라고 답하곤 했다. 우리 스스로도 가끔 헷갈렸다. 우리는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인지, 굿즈를 만드는 디자이너인지, 지역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인지.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우리가 해온 일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지역을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드는 일. 그래서 우리는 춘천일기를 Local Experience Design Studio라고 소개한다.
춘천을 담은 로컬 굿즈를 만들고, 골목을 걷게 하는 지도를 만들고, 도시의 작은 장소들을 소개하는 여행책을 만들었다. 여행자가 지역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잠들 수 있는 방을 만들었고, 공연과 북토크가 열리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루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춘천에 이틀, 사흘을 머물게 하는 여행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이다.
지역을 소비하는 여행보다 그곳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여행, 유명한 곳 몇 곳을 빠르게 지나가는 대신 한 골목을 천천히 걷는 여행. 우리가 살고 있는 춘천과 더 나아가 강원도를 경험하는 시간을 조금 더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싶다. 2016년 겨울, 우리는 닭갈비를 먹으러 춘천에 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여행자로 처음 잠들었던 곳에서 다른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가끔 춘천일기스테이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행자를 볼 때면 작은 욕심이 생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별다른 기대 없이 찾아왔다가, 생각보다 오래 이 도시를 마음에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한 번의 여행이 다음 여행이 되고, 몇 번의 방문 끝에 어느 도시가 조금 더 특별한 곳이 되는 것. 돌이켜보면 우리가 오래된 공간들을 고치며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것은 새로운 건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올 이유.
조금 더 오래 머물 이유.
그리고 언젠가 문득, 춘천을 다시 찾을 이유.

앞으로도 춘천일기라는 일기장에는 그런 이유들을 한 장씩 써 내려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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