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주택공급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짓느냐의 문제로 다루어 왔다. 사회주택은 공공성을 지닌 주택을 민간의 비영리·제한영리 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2014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대규모 사업이 어려운 저층·노후주거지나 빈집 등을 활용해 소규모·분산형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으며, 기존 공공·민간 주택공급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을 만나 사회주택의 현황과 한계, 그리고 주택공급 확대라는 과제 앞에서 사회주택이 맡을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전성제 │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장 (sjjeon@krihs.re.kr)
네, 주체의 차이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공공성이 있는 주택 가운데 민간의 비영리 또는
제한영리 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주택입니다.
사실 ‘소셜 하우징(social housing)’이라는 말이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원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해외에서는 공기업과 민간 기업의 구분이
덜한 상태에서 공공주택을 공급해 온 역사가 깁니다.
그래서 소셜 하우징은 공공성이 있는 주택을 폭넓게
아우르는 말로 쓰입니다.
이한솔
반면 우리나라는 1989년 이후 공기업이 공공주택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습니다. 그러다 비영리 민간 주체도 공급에 참여하자는 흐름이 생겼고, 2014년 사회주택이 도입되면서 이름이 갈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주택이 공기업이 짓는 주택을 뜻했다면, 사회주택은 민간 비영리 주체가 공급하는 공익적 주택을 통칭하는 이름이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착공 기준으로 1만 세대 안팎입니다. 준공이
아니라 착공 기준이니, 많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규모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사회주택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공급 거버넌스
주체의 입장에 따라 공급이 되다 말다 하는 시기를
반복했습니다. 지난 정부와 서울시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2021년 이후로는 사실상 사업이 나오지 않았고, 지금
잡히는 착공 실적은 예전에 승인받은 물량이 뒤늦게
진행되는 정도입니다. 지난해 사회주택 착공은 거의
제로였습니다. 전세사기도 영향을 주기는 했습니다만,
착공이 줄어든 것은 그보다 앞선 사업 중단의 영향이
큽니다. 여기에 LH 사장 선임이 늦어진 사정도 있었고,
예전 모델에서 사고가 있다 보니 실무에서 좀 더 천천히
가자는 분위기가 된 면도 있습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 사업 주체가 결국 민간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사업이 이어져야 역량이 쌓이고 규모를 키울 수
있는데, 중간에 한 번 크게 멈추면 그 흐름이 끊깁니다.
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지요.
모델 개선이 늦어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회주택이
도입된 지 햇수로 열두세 해가 됐는데, 초기 모델에는
손봐야 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보증금 보호가 취약한
구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나도록 짜인 토지임대부
사업 같은 것들입니다. 도입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된 것도 있습니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토지임대부 사업은
애초에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형태의
사업이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돼야 할 시점에
사업 자체가 멈추면서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모델이 상당히 나아졌지만, 초기 모델로 공급된
2~3천 세대 정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지점을 안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을 하나 더 말씀드리면, 사회주택이
공공주택과 구별되는 지점은 리테일 등 상업 공간이나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관련된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
역할을 잘하려면 나름의 숙성과 브랜드, 역량이
필요합니다. 지난 10여 년은 악조건 속에서 공급을
이어가고 살아남는 일 자체가 급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지역사회를 위한 역할까지 키울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나라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네덜란드는 공공과
민간이 확실하게 결합해 사회주택을 대규모로 지었고,
오스트리아는 오랜 기간 성장해 온 민간 주체에게
공급을 맡겼습니다. 스웨덴은 우리로 치면 신도시
택지개발에 해당하는 사업을 협동조합이 맡아서 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례들을 관통하는 시사점은 ‘제한영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성숙해 있다는 점입니다. 공공이 의심
없이 “공기업 말고 여기도 함께할 수 있는 주체”라고
인정하는 신뢰 관계가 있었습니다.
전성제
우리나라는 공공과 민간을 굉장히 강하게 구분합니다.
임대주택 관련 법제만 보아도 공공과 민간이 갈라져
있고, 민간은 주로 투기를 막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 중간 지대를 상상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지요. 재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재원의 접근이 공기업 중심으로 제한돼 있었습니다.
제3지대에 있는 민간 주체, 즉 제한영리 주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체가 적었습니다.
신뢰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이 ‘지역주택조합’과 혼동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라는 말을 떼야 한다고 저희 쪽에서 먼저
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은 관료 집단이 조금 더
세서 그런지는 몰라도 민간과 협업하는 일을 잘 못하는
면도 있고, 민간 주체가 제한영리를 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국민적 신뢰도 아직 높지 않다고 봅니다.
직접 해보면서 사회주택이 왜 필요한지 느꼈던 지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운영입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사회주택으로
지어진 단지는 작동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위스테이
별내와 지축이 그런 사례인데, 커뮤니티의 밀도가 훨씬
높고 지역사회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그 관계 속에서
아이를 낳는 가구도 많고,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저층 주거지에서 운영하는 사회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월세를 내주는 임대인도, 심지어
공기업도 집을 지어 놓은 뒤에 입주자가 어떻게
사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주택은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오래 살고 싶은 집이 만들어집니다.
가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분명한 차이입니다.
둘째는 저층 주거지입니다. 사회주택 공급의 대부분은
저층 주거지에서 이루어집니다. 저층 주거지는 엄밀히
말해 대기업이 손을 놓아버린 곳입니다. 비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가 지금 사회적 화두가 됐는데,
사회주택은 그것을 모델로 만들어 계속 집을 지어
왔습니다. 소규모 정비의 차원에서 계속 모델을 축적해
온 것이 우리 주택공급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주체의 성장입니다. 비아파트 지역에 적정한
전월세 주택을 지으려면 그 일을 할 주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택공급 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아파트 사업으로 짜여 있어서, 적정 규모의 중소
임대사업자라고 할 만한 주체가 사실상 없습니다.
사회주택은 부담 가능한 가격대(affordable housing)의
중소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민간 주체가 자라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사회주택 사업자들이
청년안심주택(옛 역세권 청년주택)도 짓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랜드, 효성 같은 곳이 주로 지었는데, 지금은
사회주택을 하는 분들이 몇 군데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저희 같은 사업자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주택공급의 역할을 나눠 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운영의 질, 저층 주거지 정비 경로의 다층화,
그리고 민간 주체의 성장, 이 세 가지가 사회주택이
주택공급에서 만들어내는 가능성입니다. 다만 아직
정부의 방침이 분명하지 않아, 중소 사업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공급자 금융도 거의 없어서 지금은 사실상 자생하며
버티는 수준입니다.
좋은 땅을 찾아 아파트를 잘 짓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고, 그 분야는 정부가 이미 많은 방안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쪽입니다.
저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임대주택에 살고 있어서 직접적인 혜택은
없습니다만, 추진위원회 회의에 가보면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저성장 국면에 건축비는
올라 있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익 수준,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낼 수 있는 부담금 수준, 여기에 이주까지
포함하면 이 대규모 재개발이 정말 얼마나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곧 재개발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리면 동네에서 다른 움직임이 사라집니다.
근처에서 소규모로 고치거나 새로 짓는 일이 아예
없어지고, 그사이 노후화는 계속됩니다. 저희 동네도
지정된 지 벌써 6년이 됐습니다.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것이 주민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이 알고 있는 경로가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산을 가진 사람이 밟을 수 있는 다음
경로로 사회가 알려준 것이 대규모 재개발 말고는
없으니, 계속 거기에 매달리고 그 방향의 정책을
요구하게 됩니다. 자율주택정비사업 같은 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소규모 정비가
일어날 유인은 크지 않습니다. 공공의 자금 지원이
뒷받침되는 매입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이 아니면,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소규모 정비 모델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만 매입임대주택은 고가
매입 논란이 또 따라붙습니다. 사실 그런 동네의 집은
우리 기술력이면 1년이면 지어집니다. 소규모 정비로
조금씩 더 나은 주택이 지어질 수 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정책적으로 부족합니다.
방향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주체를 키우는
일입니다. 소규모 정비를 개인에게 맡겨 두던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산업과 기업이 일정 부분 맡아야 그
일이 자생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빌라를 대충 짓는
방식으로 선진국까지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이나 현대가 가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겠습니까.
그런 일에 관심을 두는 기업들을 많이 키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체계적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원책도 나와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금융입니다. 소규모 장기임대에 맞는
공급자 금융이 있어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공급된
사회주택은 대체로 주택금융공사(HF)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 20년 정도의 저리
대출로 지었습니다. 사회주택처럼 공공 토지가 담보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은행이 20년짜리 장기 대출을 내주기
어렵습니다. 지어서 바로 분양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운영해 수익 구조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금융 체계,
여기에 기금 지원이 더해지면 저층 주거지를 제대로
정비할 수 있는 모델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 공급에 시차가 있더라도 그사이의 전월세 시장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물론 가장 좋습니다. 다만
한편으로 사람들이 비아파트 지역을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 부족입니다.
사회주택이 지향하는 완성된 모습은 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간까지 함께 짓고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거점이나
생활형 SOC 같은 것들입니다. 그렇게 되면 LH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맡아줄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사회주택은 그런 공간적 역량을 갖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그 일을 더 잘해서, 아파트에 살지
않더라도 인프라 부족을 덜 느끼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회주택을 통해
“이런 동네도 나아질 수 있구나” 하는 기대감을
시민들에게 드리는 것, 그것이 제가 바라는 사회주택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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