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우 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huiseongnoh@kict.re.kr)
기후변화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보고서에서도 2020년과 2023년의 폭우는 각각 5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와 수천에서 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을 낳았다고 이미
서술하고 있지만, 그 이후로 매년 수해가 이어지고 있어 한때 예외로 여기던 극한 호우는 이제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여기에 댐과 제방, 하천시설의 상당수가
지어진 지 30년을 넘겨 손볼 때가 되었다는 사정까지 겹쳤다. 예산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저자들이 밝히듯이 2024년 댐·하천 예산을 포함한 환경부 예산을 전년보다
7.3% 증가한 14조 원을 배정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서로 다투는 여러 사업 가운데 무엇을 먼저 지을지 가려낼 잣대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재해의 위협이 커질수록,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먼저 쓸지를 냉정하게 따지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된다. 이 보고서의 연구 대상이 시의적절한
까닭이다.
보고서는 수자원시설 투자를 둘러싼 법·제도가 걸어온 길을 예비타당성조사를 축으로 되짚어 보여주고 있다. 예비타당성제도는 대형 공공사업의 부실을 계기로 도입된 것으로
2006년 「국가재정법」에 담기며 법적 기반을 갖추었고, 그 대상은 사회간접자본에서 연구개발과 복지로 점차 넓어져 왔다. 수자원부문 지침 또한 1999년 첫 발간 이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쳐 2022년 세부지침 개정으로 이어졌는데, 이 흐름 속에서 홍수피해 산정 방법론은 2004년 다차원법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정밀해졌다. 그 과정에서
지역균형평가 도입, 정책성 평가 강화 등 예타 제도 전반의 변화도 함께 이어져 왔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수자원시설 관련 투자 평가 제도는 단순한 피해액 계산에서 출발해
사회적 가치와 정책 효과를 끌어안는 쪽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으며 그에 따른 방법론도 지속 개발되어 왔다. 다만 예타 제도가 세부 기획을 갖춘 개별 대형 사업 하나의
타당성을 사업 단위로 판정하는 절차라면, 이 연구는 그 이전 단계에서 여러 대안 사이의 투자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방법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다르다. 저자들은
재해 대응에서는 예타를 거치지 않는 사업도 적지 않다는 현실을 짚으며, 개별 사업의 통과 여부가 아니라 무엇에 먼저 투자할 것인가라는 물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목적에서의 수자원시설의 투자 우선순위 결정은 계층화분석법에 기반을 둔 지표 평가 방식을 통해 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홍수 피해액을 따지는 경제성 평가가
핵심 지표가 되는데, 부처를 오가며 여러 번 지표가 바뀌는 사이 의미가 겹치는 지표들이 늘어 중복성이 심해졌고, 종합 위험평가 지표로서 개발된 경제성 지표의 가중치는
자꾸 낮아지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 역시 뒷전으로 밀렸다. 보고서는 경제성이라는 핵심 축은 지키되 겹치는 군더더기를 걷어내어 더 또렷하게 다듬고, 새로운
문제의식에 대한 지표를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그에 따라 저자들은 경제적 효율성, 사업 효과성, 정책적 타당성이라는 세 축으로 짠 평가체계를 새로 제안하였다. 기존의
편익비용 분석에 환경·커뮤니티 편익을 더하고, 기후변화 및 수리·수문 안정성과 시설 간 연계·상충성이라는 지표를 새로 들인 것이 뼈대다. 미국 육군 공병단의 위험정보
기반 계획(RIP), 영국 환경청의 장기투자시나리오(LTIS), 유네스코의 기후리스크 정보 기반 의사결정분석(CRIDA) 같은 해외 사례를 두루 살펴 근거를 세웠고,
일반 국민 2,000명과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지표별 가중치와 시설별 지불의사액을 추정하여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 연구의 핵심 성과라 할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전문가 계층분석(AHP)의 결과다. 경제적 효율성에 54.4%, 그중에서도 홍수피해 방지 편익에 44.6%라는 큰 무게가 실렸다. 이는 새 체계가 경제성의
우위를 흔들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다시 확인하며 구조를 가지런히 했음을 말해 준다. 다차원법에서부터 K-FRM으로 이어지고 있는 수재해의 경제성 분석의 중요성을 이
보고서가 다시 한 번 짚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결정의 절반 이상을 경제성이 좌우한다면, 그 편익을 얼마나 촘촘히 추정하느냐도 중요한 물음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먼저 부가 편익의 지불의사액을 주로 조건부가치측정법(CVM)으로 구했다. CVM은 시장에서 값이 매겨지지 않는 비시장 재화를 다루는 검증된 출발점이지만, 한 시설이 특정
상황에서 주는 편익을 통합하여 추정할 뿐 안전 수준과 환경 개선, 기후 안정성, 비용 부담 등 여러 요소를 따로 구분하여 보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보고서는
선택실험법(CE)을 고려 대상으로도 제시하고 있다. 선택실험법은 속성별 한계지불의사액을 뽑아내는 동시에, 편익 추정과 가중치 산정을 하나의 모형 안에서 함께 풀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또한 지역과 계층마다 다른 속성별 선호까지 담아낼 수 있으니, 유역 단위의 특성을 비교하는 데에도 유용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수자원 투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설득력 있게 짚은 연구로 일독을 권할 만하다. 경제성이라는 중심을 지키면서 기후 안정성과 시설 간 관계라는
축을 새로 더했고, 그 판단을 실증으로 뒷받침하려 애썼다.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편익 추정과 가중치 계산을 선택실험 등 방법론으로 고도화하고, 기후 시나리오와
평가체계의 연결을 정량화하며, 평가 결과가 사업별 예산 배분에 반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이 연구가 그다음 걸음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