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huiseongnoh@kict.re.kr)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며, 사회기반시설 관리의 전제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교량의 노후화와 구조적 결함이 유지관리의 핵심
관심사였다면, 오늘날에는 집중호우와 홍수, 이상기후와 같은 기후위험이 시설물의 안전성과 서비스 수준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하천 범람과 세굴, 교량 통행 제한 등 다양한 피해를 초래하며 기존 유지관리 체계만으로는 이러한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발간된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기반시설 관리 개선방안 연구』는 단순한 시설물 유지관리 방안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 기반시설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시의적절한 연구라고 생각된다.
이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기후변화를 ‘외부 환경’이 아닌 기반시설 관리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핵심 요소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하천교량 관리는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구조적 건전성과 노후도 평가에는 비교적 체계적인 관리기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빈번해지는
극한강우와 홍수위 상승, 세굴 심화와 같은 위험은 기존 점검체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지적하며 기후적응 요소를 관리체계 전반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하천교량의 위험성을 단순한 구조적 결함이 아니라 수리·수문학적 특성과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는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다. 실제로 교량의 안전성은
구조물 자체뿐 아니라 하천 유량 변화, 유목 충돌, 세굴 발생 가능성, 우회도로 확보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보고서가 제안한
위험기반(risk-based) 관리체계는 이러한 복합적인 위험요인을 관리 우선순위에 반영함으로써 제한된 유지관리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AHP를 활용한 위험성 평가기법은 객관성과 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서 향후 국가 기반시설 관리체계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또한 연구에서 관리기술의 개선에 머물지 않고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후위기 적응은 개별 시설관리기관의 노력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 「기반시설관리법」과 국가 기반시설 관리계획에 기후위험을 반영하고, 성능평가와 투자계획, 유지관리 기준까지 연계되어야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적응정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보고서는 기술과 제도,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연구라는 점에서 높은 정책적 가치를 가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연구가 ‘예방적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시설물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가 발생한 이후 보수·보강을 실시하는 대응적
관리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는 피해 발생 이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강조하는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 기반의 인프라 관리 패러다임과도 맥을 같이하며, 향후 국내 기반시설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다만 연구에서 하천교량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최근 재난은 교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제방, 배수시설, 하천시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향후에는 개별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유역 단위의 통합관리와 기반시설 간 연계성을 고려한 후속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고려하면 AI 기반 위험예측, 디지털트윈, IoT 센서 기반 실시간 계측기술 등을 기후적응 관리체계와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되었다면 더욱 발전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교량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의 전환이 빠르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기후위기를 고려한 기반시설 관리정책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기존의 노후도 중심 유지관리에서 기후위험을
고려한 위험기반 관리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을 명확히 제시하였으며, 이를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 역시 매우 의미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하천교량에 머무르지
않고 터널, 제방, 도로 등 다양한 기반시설로 확대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유지관리 체계와 결합된다면 우리나라 기반시설 정책은 기후위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기반시설 관리 역시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이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 기반시설 관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의미 있는 정책연구이며, 정책 입안자뿐 아니라 시설관리 실무자와
연구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연구성과이며, 하천교량뿐만 아니라 기반시설 전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