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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정보 | 영국

영국의 기후위기와
기반시설 안전관리 강화

정진호
(jin-ho.chung@qeh.ox.ac.uk)

영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의 기상상황이 빠르게 일상화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의 ‘State of the UK Climate’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은 1884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으며, 최근 4년은 모두 역대 가장 더운 5개 연도에 포함됐다. 런던에서는 최근 10년간 30℃를 넘는 날과 18℃ 이상인 밤이 1961~1990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폭염뿐 아니라 강수 패턴도 크게 변하고 있다.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는 동시에 2025년 봄에는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이는 폭염, 가뭄, 집중호우와 홍수 등 서로 다른 기후재난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구축된 주택, 교통, 상하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의 안전성을 변화된 기후조건에 맞춰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The Guardian 2026a).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감축’과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적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장기적인 감축정책과 함께, 저수지와 상하수도 확충, 누수 방지, 홍수 방어시설 강화, 주택 개보수, 도시 녹지 확대와 같은 적응투자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The Guardian 2026b).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는 2050년이면 40℃를 넘는 폭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약 90%의 주택이 과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홍수와 가뭄, 산불도 더욱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응해 사람과 기반시설을 보호하는 데 연간 약 110억 파운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연간 약 600억 파운드인 기후변화 피해비용이 20여 년 뒤 최대 2,600억 파운드까지 증가할 수 있다. 결국 과거의 기후를 전제로 구축된 국가 인프라 전체를 새로운 기후조건에 맞게 전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The Guardian 2026c).

특히 폭염은 영국의 건물 인프라가 직면한 대표적인 기후위험이다. 영국의 기존 건물은 전통적으로 추운 겨울에 열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설계돼 장기간 폭염이 지속되면 실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위원회는 기존 건물과 기반시설을 2050년까지 최소 2℃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견딜 수 있도록 개선하고, 수십 년간 사용될 신규 건축물은 최대 4℃ 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택뿐 아니라 병원, 학교와 요양시설에 차양과 환기, 냉방시설을 확대하고 건물 자체의 열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기반시설 관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폭염이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서 건축물의 설계와 개보수 기준 자체를 변화된 기후에 맞게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The Guardian 2025a).

기후 적응에는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이유로 투자를 늦추면 장기적인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영국 토목학회(ICE)는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에너지 등 주요 기반시설이 현재의 기후위험에도 충분히 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반시설은 한번 건설하면 수십 년간 사용되기 때문에 현재의 기후가 아니라 시설의 전체 수명 동안 예상되는 미래 기후를 기준으로 투자와 설계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반시설 운영자의 기후적응 현황 보고를 강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험별 보호 수준과 적응투자의 비용 및 편익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특히 기후 적응에 지출하는 1파운드가 약 5파운드의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은 적응투자가 단순한 추가 비용이 아니라 향후 재난복구비와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선제적 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The Guardian 2025b).

기후변화에 취약한 기반시설은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고소득 가구는 냉방시설을 설치하거나 주택을 개보수하고 홍수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등 개인적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이러한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특히 단열과 환기 성능이 떨어지는 주택이나 녹지가 부족해 도시 열섬현상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폭염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홍수와 가뭄에 따른 식료품 가격 상승, 교통과 전력시설의 장애, 병원과 학교의 기능 저하 역시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The Guardian 2026d).

영국의 사례는 우리나라 역시 기반시설 안전관리를 과거의 기상자료와 재난기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규 시설의 기후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시설의 취약성을 점검하고 개보수를 위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처별 기후적응과 재난안전 정책을 국가 기반시설 관리체계와 연계하고,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투자를 우선함으로써 기후재난이 사회적 안전 격차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참고문헌

  • The Guardian. 2025a. UK must prepare buildings for 2C rise in global temperature, government told. 10월 15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5/oct/15/uk-prepare-buildings-2c-rise-temperature
  • The Guardian. 2025b. UK infrastructure isn’t climate-crisis ready. 1월 15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5/jan/15/uk-infrastructure-isnt-climate-crisis-ready
  • The Guardian. 2026a. ‘Unprecedented’ changes in UK climate are normalising extremes, report says. 7월 15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6/jul/15/
  • uk-climate-extreme-weather-2025-hottest-year-on-record
  • The Guardian. 2026b. From grey water to cool spaces: 10 climate crisis policies Britain needs right now. 8월 12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6/aug/12/urgent-climate-policies-uk-should-implement-now
  • The Guardian. 2026c. UK ‘built for climate that no longer exists’ and needs urgent changes to survive global heating, report warns. 5월 20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6/may/20/uk-built-for-climate-that-no-longer-exists-and-needs-urgent-changes-to-survive-global-heating-report-warns
  • The Guardian. 2026d. Britain must think like a hot country – otherwise inequalities will only grow. 5월 20일.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6/may/20/britain-must-think-like-a-hot-country-otherwise-inequalities-will-only-grow

저자 소개

정진호 University of Oxford, Department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ODID), 조교수
(jin-ho.chung@qeh.ox.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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