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창업 메카를 방문하며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면한 국가로, 최근 창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의 대학 · 정부 · 기업의 창업 인큐베이팅 및 이벤트, 코워킹 스페이스, 메이커 스페이스 등 창업지원시스템을 소개하고 그 시사점을 논하고자 한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위기 이후 대학, 기업, 정부의 창업지원을 통해 국가경제위기를 극복하였으며, 알토대학을 중심으로 북유럽 최대의 국제 창업이벤트 ‘슬러시(Slush)’를 개최하고 있다. 핀란드의 창업지원시스템은 알토대학의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와 ‘알토 디자인 팩토리(Alto Design Factory)’, 정부기구인 ‘비즈니스 핀란드(Business Finland)’의 역할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적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대표적 모바일 통신프로그램인 Skype를 발굴한 바 있다. 최근 IT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발트3국의 다른 국가들(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과 우크라이나 등에 에스토니아식 창업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에서는 에스토니아식 창업지원시스템과 스타트업 커뮤니티 공간인 ‘리프트 99 탈린(Lift99 Tallinn)’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1> 스타트업 사우나  |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 창업지원공간과 정부기구
1. 대학 창업지원 코워킹 스페이스, 스타트업 사우나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는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업지원 코워킹 스페이스로, 현재 북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가들과 투자자들의 만남의 장이다. 소독약을 보관하던 창고를 개조한 1500㎡의 공간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회원 등록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가능한데, 다만 숙박은 허용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사우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하여 핀란드식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든 대표적 사례다. 2009년 학생들의 창업동아리인 알토이에스(Aalto Entrepreneuship Society: Aaltoes)가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창원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알토이에스는 스타트업 사우나(창업공간)와 슬러시(국제 창업이벤트) 등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명해졌다.
스타트업 사우나에서는 창업자 강연(Founder Talks), 발표 경진대회(Pitching Competitions), 해커톤(Hackatons)2), 바비큐 파티 등 창업과 기업가활동 관련 행사를 연간 100회 가까이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현재 스타트업 사우나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핀란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2. 새로운 프로토 타입의 메이커 스페이스, 알토 디자인 팩토리
알토 디자인 팩토리(Aalto Design Factory: ADF)는 스타트업 사우나와 같은 캠퍼스에 입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디자인 팩토리의 모태이다. ADF는 학생, 교수, 연구자, 산업인력을 위한 분야를 넘나드는 제품 디자인과 학습의 장으로, 제품 개발자와 연구자들을 위한 이상적, 물리적, 정신적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자인, 경영, 공학분야의 공동강의 개최를 시작으로 발전하였으며, 제품 디자인을 위한 교육, 연구, 응용을 위한 실험적인 학습과 공동작업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디자인 팩토리의 방법은 실험하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것이다.
ADF의 운영을 위한 자금은 알토대학에서 지원되고 있으며, 스타트업 사우나와 달리 정부에서 별도의 추가 지원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ADF의 운영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학교와 기관들이 유료 컨설팅 교육을 이수하여 자신들의 환경에 맞게 디자인 팩토리를 설립하였다. 디자인 팩토리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은 매년 정기적인 회합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벤트 개최지는 매회 다르다.
<그림 2> 알토 디자인 팩토리  |
3. 정부 창업지원기구, 비즈니스 핀란드
비즈니스 핀란드(Business Finland, 전 Tekes)는 헬싱키에 본사를 둔 정부 소속의 핀란드 혁신기금, 무역, 투자, 관광촉진기구이다. 전 세계 40개 사무소에 600명의 전문가들이 고용되어 있으며, 핀란드 내에서도 20개 지역에 사무실이 있다. 한국에서는 비즈니스 핀란드 한국지사가 대사관에 입주해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의 전신인 Tekes는 1983년에 설립되었으며, 2018년에 비즈니스 핀란드로 부서명이 변경되었다. Tekes가 핀란드 스타트업에 지원한 금액은 2015년에만 5억 7500유로이다. 집중 지원분야는 인공지능, 로봇,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등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와 관련한 스타트업이다.
비즈니스 핀란드의 창업지원 방식(IT동아 2017)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거나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한 실적이 있어야 지원을 해준다. 대신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지원금을 회수하지는 않는다. 지원을 받기는 어렵지만 스타트업이 망할 경우 지원 실패의 책임은 핀란드 정부가 짊어진다. 4단계의 고강도 검증을 통해 지속적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테스트를 통과할 때마다 지원금이 급격히 증가한다. 4단계는 ① 교육 및 테스트, ② R&D, ③ 성장 및 확장, ④ 비즈니스 모델 완성 및 상용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은 각 단계를 거치면서 검증을 통해 걸러지고, 4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집중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는 IT 신시가지인 포카란카투에 입지하고 있으며, 해당 지구에는 슈퍼셀도 입지해 있다. 슈퍼셀은 우리나라에도 광고가 방영되고 있는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을 출시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며, 비즈니스 핀란드의 지원을 받았다.
<그림 3> 비즈니스 핀란드  |
에스토니아 창업지원시스템과 코워킹 스페이스 ‘리프트 99 탈린’
1. 에스토니아식 창업모델의 차별성
에스토니아의 가장 중요한 창업지원시스템은 E-residency(전자시민권)의 도입이다. 2014년 12월 에스토니아를 방문하지 않아도 에스토니아에 회사를 설립하고 은행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전자시민권이 도입되었다. 법인 설립의 모든 절차가 온라인화되어 200유로만 내면 15분 만에 완성된다. 에스토니아 전자시민권을 발급받은 사람은 전 세계 37개국에서 2만 명이 넘었고 법인 설립은 4천 건이 넘는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2만 개의 기업이 전자시민권을 토대로 설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에스토니아에서는 법인세와 건물보유세가 전혀 없다. 에스토니아 법인세율은 제로이지만, 대신 이익배당 시 20%의 세율을 과세함으로써 과세이연을 한다. 건물보유세는 없지만, 토지세를 과세하고 있으며 해마다 토지가치를 평가하여 지자체별로 0.1~2.05% 세금을 매긴다.
<그림 4> 리프트 99  |
2. 민간운영 코워킹 스페이스, 리프트 99 탈린
리프트 99(Lift 99)는 에스토니아식 스타트업 문화의 온상지이며, 탈린에 소재한 에스토니아의 대표적 스타트업 커뮤니티로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지역 혹은 국제적 기술 커뮤니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리즈의 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하며, 기술기반 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회원가입은 에스토니아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창업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한 교류를 촉진한다.
리프트 99는 에스토니아에서 창업에 성공한 많은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다. 이 중 Taxify(택시 공유서비스 애플리케이션), Skype(Peer-to-peer 기술베이스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 TransferWise(전자송금서비스) 등 IT 기술기반 기업들이 유니콘 기업3) 으로 성장하였다.
북유럽 창업지원시스템의 시사점
1. 국가 및 운영주체별 개별 환경에 적합한 특색 있는 창업시스템 구축
핀란드의 경우 노키아의 몰락에 따른 2차 창업붐이 형성되면서 학생, 대학, 정부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적용하였다. 알토대학의 알토이에스는 대학의 창업지원동아리가 발전하여 스타트업 사우나(창업공간)와 슬러시(국제 창업이벤트)와 같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유명해졌다. 알토대학의 디자인 팩토리는 학제 간(디자인, 경영, 공학) 융합을 통해 제품디자인의 실험 및 프로토타입화, 테스트할 수 있는 공동작업공간을 만들어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부는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는 창업지원을 통해 슈퍼셀 등 스타기업을 육성하였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전자시민권, 법인세 및 건물보유세 면세 등을 통해 외국인들에게도 개방된 창업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비즈니스 지원을 위한 ‘Soft Landing Packages Service’ 시행을 통해 시장진입 컨설팅, 비즈니스 절차 및 법률 문제 지원, 멘토링 및 컨설팅 지원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IT 기술기반 유니콘 기업을 창출할 수 있었다. 창업인큐베이팅은 비즈니스 전문가, 국제적 멘토, 투자자, 시설 등과 연계할 수 있는 허브 기능을 수행한다. 창업 지원에서 투자유치 지원에 이르기까지 민간 중심으로 움직이는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2. 인접국가 및 국제 창업 네트워킹의 활성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의 창업지원체계는 인접 국가들과의 창업이벤트, 메이커 스페이스의 프로토 타입 개발, 연구협력 등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다.
(창업이벤트의 정보 공유, 적극적 협력과 참여) 핀란드의 대표적 창업이벤트인 슬러시, 해커톤, Junction, 에스토니아의 Garage48 등은 창업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홍보되고 있으며, 인접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디자인 팩토리 네트워크, 메이커 스페이스의 새로운 프로토타입의 제공과 확산) 알토대학에서 시작된 디자인 팩토리는 이미 전 세계 20여 개가 넘는 디자인 팩토리를 만들어내었고 이들은 정기적 모임을 통해 정보와 새로운 사례들을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 네트워크의 구축) SpaceTEM Project4)를 통해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양국의 대학,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서비스, 연구기관들이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3. 창업지원기구로서 대학의 역할
핀란드 디자인 팩토리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은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창의활동의 지원 및 교육이 가능하다. 디자인 팩토리의 경우 디자인, 경영, 공학의 학제 간 융합이 제품디자인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대학에서 구축하였다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크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대학이 한 도시에 집적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강점이 있는 학과 간의 융합 코스를 개발한다면 대학들 간에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