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는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처음 제안하였고, 이후 데이
비드 하비, 닐 브레너, 피터 마르쿠제 등 비판적 사회학자와 지리학자들에 의해 발전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공간
의 생산과 이용에 있어서 차별과 배제가 없는 공평한 접근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개념은 오늘날 학술적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적인 도시운동의 슬로건이 되었으며, 여러 나라에서 법제화되기도 하였다. 국제적인 운동에 힘입
어 이 개념은 해비타트Ⅲ 새로운 도시의제(new urban agenda)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데이비드 하비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도시화 과정을 재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집단적 힘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인적이기보다는 집단적인 권리다. … 우리의 인권 중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무시되어 온 권리”로 해석한다. 도시
에 대한 권리 개념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시민단체연합인 ‘도시에 대한 권리를 위한 국제연합(The Global
Platform for the Right to the City)’은 보다 명확한 정의를 제공한다. “도시에 대한 권리는 현재와 미래의 도시 거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필수적인 공유재(common goods)로 정의되는, 정당하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사용하고, 점유하고, 생산할 수 있는 권리다.” 이들에 의하면 도시에 대한 권리는 도시를 공유재로 인식하는 데에 기초
를 두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환경권(environmental rights)과 유사하게, 집단적(collective)이고 확산적인(diffuse)
권리다. 도시에 대한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공간적으로 정당한 자원의 배분, 모든 주체의 정치적인 참여 보장, 사회문
화적 다양성(성별, 인종, 종교 등)이 요구된다.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은 학술적 차원의 논의를 넘어서서 1990년대 이후 도시사회운동의 중심 개념이 된다. 2003년
유네스코와 국제인권운동단체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위한 세계 헌장(World Charter for the Human Right to the City)’을
발표하였으며, 2004년 세계도시포럼에서 채택되었다. 이후로도 유엔 해비타트와 유네스코는 도시에 대한 권리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한 포럼과 세미나를 주도해 왔다. 이 개념은 미국,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강제
철거를 반대하고 주거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운동의 모토가 되고 있으며, 몇몇 나라에서는 이를 법제화하기도 하였
다. 브라질은 2001년 연방법에 이 개념을 명시하였으며, 에콰도로는 2008년 헌법에, 멕시코시티에서는 2011년 도시헌
장에 반영하였다.
한편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은 모호하고 이상주의적인 것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집단적’ 권리가 어디까지 가능한 것
인지, 그 법적인 함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해비타트Ⅲ의 새로운 도시의제에서도 선진국들이
이 개념의 명시적 사용에 반대하면서 실제 문건에서는 대부분 ‘모두를 위한 도시’로 표현이 수정된 바 있다. 여러 논란
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대한 권리는 많은 학자, 운동가, 국제기구, 주민들에게 대안적인 도시를 꿈꾸게 하는 힘을 가진
개념으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박세훈│국토연구원 연구위원(shpark@krih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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