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성장시대의 공간계획 패러다임

1950년대 미국의 도시계획 분야에서 태동된 합리적 계획 모형은 현대적 의미의 계획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계획(Master Plan) 혹은 청사진적 계획(Blue Print Planning)이라고도 한다. 합리적 종합계획 이론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에 따라 계획안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 프리드먼의 급진계획, 뉴라이트계획, 포스트모던계획 등 합리적 종합계획이론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합리적 종합계획이론의 국가중심적인 공공계획을 비판하고 상향적 사회동원과 계획과정에서의 사회적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합리적 종합계획이론을 비판하는 이론들에 이어서 협력적 계획 패러다임이 새롭게 등장한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강조하면서 계획을 특정한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적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화와 토론을 통한 사회구성원 전체의 토론 및 합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협력적 계획 패러다임은 협력적계획이론, 거버넌스, 사회자본 등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합리적 종합계획에서 협력적 계획까지 그 동안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 속에서 공간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갈망과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성장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 전환되는 지금, 새롭게 부상하는 공간계획 패러다임은 도시계획 원리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성장(Smart Growth)은 경제성장, 환경보전,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도시성장 관리로 고밀도 개발, 복합용도 및 복합운송 수단, 다양한 입지의 주택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뉴어버니즘(New Urbanism)은 자동차 중심 도시사회로 편성되기 이전의 도시개발 유형으로 돌아가려는 전략이다. 정주성이 높은 지역사회 조성, 복합용도개발, 교통체계와 토지이용 연계형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어번빌리지(Urban Village)는 공적 공간을 커뮤니티 중심에 위치시킴으로써 다양한 주거유형과 주택형태를 혼합함으로써 사람들이 서로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소생활권 규모를 지향하고 있다. 압축도시(Compact City)는 전후 무분별한 외연적 팽창형 도시개발 모델에서 탈피해 도심의 재활성화, 고밀도 개발, 복합용도개발 등 공간의 집약적 이용과 이를 토대로 한 사회경제활동의 증대 및 공간효율성 증진을 추구한다.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는 지방의 정체성 및 가치 재발견에 대한 요구에서 출발하여 주민 주도형 도시계획 등 공동체적 생활 터전을 주민참여로 창출한다는 기본 정신을 전제로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장소성의 복원과 고유성 및 다양성을 강조하고, 지속가능성의 중시, 의사소통과 협력 및 의사결정의 투명화 인적·사회적 자본을 중시 등 ‘도시다움’을 창출하는 정신이 담겨져 있다.

 

이승욱|국토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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