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樓亭)

누정(樓亭)이란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지면에서 한층 높게 지은 다락식의 집을 뜻한다.
누정(樓亭)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함께 일컫는 말로서 정루(亭樓)라고도 한다. 누각은 누관(樓
觀)이라고도 하며, 대개 높은 언덕이나 돌 혹은 흙으로 쌓아올린 대 위에 세우기 때문에 대각(臺閣) 또
는 누대(樓臺)라고도 한다. 누각에 비하여 정자는 작은 건물로서, 역시 벽이 없고 기둥과 지붕만으로 되
어 있다. 일반적으로 놀거나 휴식할 장소로서 산수 좋은 높은 곳에 세우는데 정각(亭閣) 또는 정사(亭
..)라고도 한다.
중국의 「사기」에는 신선들이 누에서 살기를 좋아하였으므로 황제는 오성십이루(五城十二樓)를 짓
고 신인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로 보아 인류가 주거용의 가옥을 가지기 시작한 때부터
휴식공간으로 누정과 같은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는 「삼국유사」에 신라의 소지왕이
488년 정월에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하였다는 기록이 처음 발견되었으며, 「삼국사기」에 고구려의 유리
왕이 즉위 3년(BC 17)에 계비인 화희(禾姬)와 치희(雉姬)를 별거시키기 위하여 동서에 두 별궁을 축조
하였고, 백제의 진사왕은 391년에 궁전을 중수하여 못을 파고 그곳에 산을 쌓는 역사(役事)를 행하였다
는 기록이 있다.
누정의 위치를 보면 대개가 경개가 뛰어나서 전망이 좋은 배산임수의 자리에 지어졌고, 군사적 목적으
로 지은 성대의 누대, 변경지방에서 적세를 탐지하기 위해서 세운 누정도 있다. 누정은 그것이 세워진 위
치나 건립한 취지에 따라 그 기능이 다양하다. 특히, 누정의 위치는 물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어떤 누
정이든 그 주변에 못이 있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남원의 광한루(廣寒樓)와 함흥의 칠보정(七寶亭)은
못 위에 세운 누정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지역적으로는 낙동강 주변을 비롯하여 영산강·섬진강·금
강·임진강·한강·소양강·대동강·청천강 등과 관동지방의 동해연변에 많이 건립되었다.


구형수|국토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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