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공간

미국지하공간협회(American Underground Space Association)에 따르면, 지하공간이란 경제적 이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표면의 하부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었거나 또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지하공간의 기원은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되는데 초기 지하공간은 동굴과 같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이었으며 거주나 방호, 저장 등으로 이용된 중요한 생활공간이었다. 인간의 주생활공간이 지상으로 옮겨지면서 지하공간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곳 이외에 원하는 장소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저장고나 보안을 위한 비밀스런 장소로 이용되었다. 산업화 및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도시토지의 공급은 한계에 이르렀고 지가상승, 도시의 평면적 확산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 대안으로 도로나 상가 등 지하에 설치하여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거나 저장고나 대피소 등 지하에 설치하는 것이 더 유리한 시설들을 지하공간에 개발함으로써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자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상 도시경관의 보전이나, 지하의 보온보냉효과 등의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서 지하개발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지하공간개발 사례로, 미국의 뉴욕은 록펠러센터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업무, 상업, 오락 등의 복합시설로 이루어진 자기완결형 지하도시를 조성하여 엄청난 수입증대를 가져왔고, 미국의 캔사스는 폐광을 재이용하여 업무시설, 저장고, 유통시설, 공장 등으로 개발하였으며, 캐나다의 몬트리올은 겨울에 적설한랭기후로 인한 도시생활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지하보행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고, 프랑스 파리의 레아르 재개발은 지상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시설을 지하에 배치하고 자연채광으로 지하에서의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조성하여 활발한 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선진외국의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는, 지하공간을 맹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첫째 도시의 기능 향상과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위해, 둘째 환경 및 도시경관의 보전 내지 혐오시설 등 지상경관을 저해하는 시설을 지하화하여 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셋째 지하공간의 기온 등 자연조건이나 폐광 등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개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하공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지상 및 지하시설, 건물의 지하층 등과의 연계성과 동선의 연속성을 확보하여 전체적인 지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는 지하환경이 주는 환경심리적 제약요인이라든가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 기술의 한계와 경제성 여부 등이다. 지하공간은 폐쇄성, 암흑, 다습, 거리감 및 방향감의 상실로 심리적 불안감을 갖게 하며, 지하의 개발은 지하수 고갈, 지반침하, 가스배출 등으로 지하뿐만 아니라 지상의 환경생태적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우리나라의 지하개발은 지하터널, 지하상가, 지하철, 지하보도, 지하주차장, 유류저장고 등 소극적인 수준이며, 종합적인 지하공간계획이 없이 개별 단위사업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그 효율성이나 이용도가 떨어진다. 이것은 법적 근거가 취약한 데에도 원인이 있는데, 구분지상권에 의한 사유지 지하공간의 이용은 토지소유권자의 동의가 요구되며 구분지상권이 적용가능한 공간범위가 모호하고 개발이나 보상에 대한 규정도 없어 개발시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민간기업에 의하여 비교적 대규모의 지하공간 개발구상안이 제시되는 등 지하공간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하공간은 장래 도시의 과밀개발로 인하여 직면하게 될 도시공간의 부족에 대처할 제3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토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여건에서 볼 때, 앞으로 첨단기술이 개발되어 지하개발이 용이해지고 개발비용도 점차 현실화되면 지속적인 지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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