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경제 4대 급소] 명분보다 실용주의로 '노선' 변경을
- 작성일200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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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덫에 빠져드는 것인가'. 정부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 거품이 일었던 2002년을 빼면 벌써 4년째 성장률이 4%대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성장률이 떨어진 것보다 성장의 질이 더 문제다. 경제의 '엔진' 격인 기업의 설비투자가 수년째 위축돼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정부의 경제 운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반기엔 경제정책이 명분보다 실용을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하반기의 네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짚어본다.
늘어만 가는 부동자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해 온 저금리정책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가파르게 늘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부동자금 추이에 따르면 98년 256조원 수준이던 부동자금은 이후 콜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2003년 말 381조원, 지난해 말 398조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론 410조원에 이른다는 게 한국은행의 추산이다. 증권연구원은 3월 말 현재 부동자금을 이보다 적은 378조8000억원으로 집계했고, 상공회의소는 2003년 397조원이던 부동자금이 지난해 초 이미 400조원을 돌파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금리나 수익률에 따라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돈'의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생긴다.
부동자금은 대개 금융권에 들어와 있는 돈 가운데 ▶6개월 미만 요구불예금▶단기채권형 상품▶머니마켓펀드(MMF)▶기업체 발행어음▶어음관리계좌(CMA) 등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성 자금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동자금이 금융회사 수신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경제 규모에 비해 막대하다는 점에선 이론이 없다. 이화여대 이지환 교수는 "절대금리가 낮아지면서 만기가 6개월 이상인 예금들이 은행을 이탈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도 크게 감소했다"며 "부동자금은 공식적으로 집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자금이 문제되는 것은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 자금이 부동산 등 투기성이 높은 분야로 몰려다니며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임기영 교수는 "자금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부동자금을 흡수하거나 자금 흐름의 물꼬를 은행이나 증시로 유도해야 한다"며 "뒤늦게 금리를 올리는 게 부담스럽다면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은행 등 간접금융보다 주식이나 채권 등 직접금융 쪽으로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윤증현 금감위원장)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금감위는 지난해부터 장기 적립식 펀드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증시로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KDI 김우찬 교수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여 부동자금이 안심하고 증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합리적인 해외 투자로 길을 터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