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거대한 양로원
- 작성일2005-02-18
- 조회수499
경남 남해군 설천면 옥동마을은 148명의 주민 중 65세 이상 노인이 85명(57.4%)에 달한다. 마을 이장 김성렬씨는 올해 53세이지만, 농사 짓는 주민 중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김씨는 “자식들은 공부나 취업을 위해 하나 둘 도회지로 떠나 노인들만 남았다”며 “우리마을에선 10년 째 애기 울음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웃 마을인 남해군 서면 서상마을. 주민수가 400명이 넘는 제법 큰 마을이지만 주민 3명 중 1명(32.7%)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마을에 청년회·노인회가 있지만, 청년회 멤버는 10여명에 불과하고, 노인회 멤버는 160명에 달한다.
작년 이 마을에 새로 호적을 올린 신생아는 1명뿐인 반면 초상을 치른 노인은 8명이었다. 이장 최영기씨는 “마을 전체 180여 가구 중 50~60가구는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라고 말했다.
농촌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로, 농촌이 하나의 거대한 ‘양로원’으로 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20~30대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04년 농·어업 기본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지역의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농사를 짓는 가구주)의 숫자는 전국을 통틀어 3만8000명(전체 124만 농가 경영주 중 3.0%)에 불과하다.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 숫자는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된 1994년 15만명(비중 9.6%)이었다. 불과 10년 만에 11만여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농촌의 65세 이상 노인수는 지난 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농촌인구 중 29.4%를 차지했다. 10년 전(82만7000명)보다 17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년전(16%)보다 2배 이상 불어났다.
더욱 큰 문제는 농촌 고령화가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는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런 추세라면 10년내 농촌에 20~30대 청년 농업 일꾼(농가 경영주)이 전국을 통틀어 2000여명 남짓으로 줄었다”는 충격적인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농촌’은 있지만, ‘농사꾼’은 없는 황당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란 얘기다.
농림부는 최근 향후 10년간 총 2조4000억원을 투입, 전업농 인력 4만5000명을 양성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책 효과는 미지수다.